박성제 전 MBC 사장의 - 공영방송 수난사
눈치채셨지만, 제목은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서 따왔다. 윤 대통령은 2022년 9월 유엔 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 쪽팔려서 어떡하냐"고 말했다. MBC 등 국내 100여개 언론사는 이를"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 쪽팔려서 어떻하냐"고 자막을 달아 보도했다.그래서인데, 대통령실 주장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책 제목은 일 것이다.그러니까 2시간 30분이다. 220쪽 책을 읽는데 걸린 시간이다. 책을 들고는 후루룩 읽었다. 이러면 독후감은 끝이 아닐까, 싶다.우선 재미있다. 난 콘텐츠의 최고 덕목은 재미라고 본다. 제아무리 위대한 사상과 고매한 철학을 논해도 받아들이는 이가 졸면 끝이다. '무슨 무슨 포르노' 같이 맥락 없이 추구하면 안 되지만, 선을 지키는 재미는 중요하다.
저자 박성제는 방송기자다. 신문기자 출신인 내가 보는 방송기자의 장점은 묘사와 기술이 생생하다는 것이다. 옆에서 지켜본 양, 그리고 삼촌이 조카에게"그때 말이야, 그놈들이…"라고 말하듯 들려준다. 방송 뉴스는 중학교 2학년이 한 번 듣고 이해해야 한다.난 정말 좋은 책은 독자에게 어쩔 수 없이 줄을 긋게 한다고 믿는다. 그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책을 읽다가 몇몇 문장에 줄을 그었다. 박성제는 MB 정부 때 해직 기자가 됐고, 문재인 정부에서 복직돼 보도국장이 되고 사장이 됐다. 그 과정 자체가 드라마틱한데, 그걸 드라마틱하게 썼다. 위에서 '재미'를 언급한 부분이다.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겨진 일'이다. 그 수년의 난리 통에 MBC라는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당사자에게 듣는 것만큼 재미난 콘텐츠는 없다. 미국에서 대통령이나 주요한 참모가 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유가 그래서다.'심심할 수 있는 부분'에 담긴 진심아까 책의 4분의 3이 재미있다고 했다. 그럼 나머지 4분의 1은 재미없나. 난 재미있었다. 언론과 권력을 조금씩 경험했기 때문이다. 신문기자로 24년 살았고, 방송과 통신을 담당하던 청와대 홍보 기획비서관 생활을 1년쯤 했다. 어떻게 굴러가는지, 직간접으로 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심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 부분은 '중요하다'. 표현의 자유, 이기주의에 기초한 것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언론의 자유를 논하고 있다. 내 견해와 대체로 일치한다. 언론계 은어로 '야마'라고 있다. '주제, 테마, 가장 중요한 부분'을 뜻한다. 이 책에서 소위 '재미없을 수도 있는 부분'의 야마는 뭐냐. '좋은 언론이 좋은 사회를 만든다, 좋은 언론은 언론인이 만든다'다. 권력 손을 탄 언론, 권력의 사랑을 갈구하는 언론은 좋은 언론이 못 된다. 역사가 증명한다. 내부자들이 깨어나 쟁취하지 않는다면.이제는 언론을 떠난 주제에 이렇게 쓰면 꼰대다. 나는 그 꼴이다. 그런데 박성제는 스스로 '해직 언론인'의 길을 다시 걸을 것 같다. 퇴임했으니 해직은 아니고, 해직 때 당한 험한 일이 되풀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그의 앞날에 잠깐의 가시밭길과 꽃길의 영광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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