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봄조선희 지음 l 한겨레출판 l 1만6800원 갓 구워낸 소설 같다. 근래 날고뛰는 권세가들이 이처럼 도마 위에 오른 작...
갓 구워낸 소설 같다. 근래 날고뛰는 권세가들이 이처럼 도마 위에 오른 작품은 없다. 소설 구성의 요소별로 보자. 이 소설의 사건은 ‘윤석열’이다. 배경도 ‘윤석열’이다. 인물은?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찍은 20대 아들 동민, 대선 전 동민과 논쟁하다 휴대폰을 던진 영한과 정희 부부, 당당히 제3의 길을 걷는 딸 하민이다.
2022년 봄 대선을 맞아 동민의 “씨발” 항명과 가출에, 나름 단란을 자부하던 ‘386-엠지’ 네 식구도 예외 없이 깨질 판이다. 달포가 훨씬 지나서야 “실망과 체념에도 적응해 가”며 가족끼리라도 화해를 모색한다. 정의당 심상정을 지지했던 하민은 자리를 주선한 대신, 커밍아웃에 튀르키예 여성과의 결혼계획을 투척한다.소설은 지난해 봄 정희의 입장으로 시작해 올봄 정희의 입장으로 마무리한다. 그사이 새로운 유형의 가족과 터전을 꿈꾸는 하민의 고민과 좌절, 도전, ‘이대남’으로 치부되는 동민의 꿈과 취업, 사랑, 사회변화에 가장 부적응하는 60대 이상 남자 집단에 속하는, 그러나 급변하는 시대상을 ‘혐오의 팬데믹’이란 열쇳말로 성찰해보려는 전직 사회학 교수 영한의 이야기가 2022년 여름·가을·겨울을 지나며 형상화한다. 이들 계절 모두 한국 정치를 기후 삼는다.
1950년대 후반생으로 대학생 때 공안사건에 엮여 고문까지 당했던 영한이나 진보신문에서 투지 넘치는 기자로 일했던 정희는 생애주기와도 맞물려 당대 가장 고농축된 우울증과 불안을 감당한다. 하지만 그건 그들 세대의 경우 성취하고 영위해본 한때가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리라. 아울러 그것이 새봄 의지적으로 다시 희망하고 낙관해보려는 정희의 에너지가 된다. 일제강점기 여성 혁명가의 삶을 되살린 장편 ‘세 여자’를 마지막 소설로 생각했다가 5년 만에 신작을 내놓은 조선희 작가에게 ‘누구 편이냐’를 물을 필요는 없겠다. 때마침 최근 신간에서 저명한 비평가 비비언 고닉은 ‘퍼스널 저널리즘’을 강조한다. “ 페르소나의 모습이 바깥으로, 다시 말해 정치와 문화로, 뻗어 나가면 하나의 의제에 복무하게 되고, 안으로 향하면 첫째 개인 저널리즘이, 둘째 개인 서사가 된다는 사실….” 쉽게 말하자면, ‘개인적 관점’으로 사회 문제를 들춰 공감시키는 글쓰기다. 이때 감정은 곧 관점이다. “현실 정치는 요사이 우리 문학, 특히 소설에서 금기”인 지금, ‘정희’가 쏟아낸 분노와 상실은 날것처럼 고스란하다. 입담이 막힘없다. 누군가에겐 쫀득할 테고 누군가에겐 질겅일 것이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책&생각] 장애를 ‘체험’하고 있는 SF 작가입니다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 SF 작가 최의택의 낯설고 익숙한 장애 체험기 최의택 지음 l 교양인 l 1만6800원 비장애인들이 장애...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책&생각] 1930~1970 영주 무섬마을 알방석댁 이야기영주 외나무다리 마을 무섬 알방석댁 이야기 한국 격동기(1930~1970)를 시골여인의 관점으로 기록한 자화상 박명서·김규진 지...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책&생각] 믿음과 구원의 교환, 칸트에겐 ‘종교 망상’이었다칸트 종교사상 집약 철학적 종교론 ‘이성의 오롯한 한계 안의 종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생명에 이름 짓고 분류하기 전에 해야 할 일 [책&생각]‘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 영향 준 책분류학 속 인물 통해 분류 변천사 들려줘생명 세계 지각하는 ‘움벨트’ 필요성 강조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자본주의 생산력 발전을 가속하라”는 좌파의 선언 [책&생각]가속하라가속주의자 독본로빈 매케이·아르멘 아바네시안 엮음, 김효진 옮김 l 갈무리 l 3만원 오늘날 반자본주의 좌파 담론...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책&생각] ‘언론 장악’ 이겨냈던 MBC, ‘날린다’고 날려질까MBC를 날리면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박성제 지음 l 창비 l 1만7000원 언론의 비판을 견디지 못하는 정권들은...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