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산업단지 화천기계의 촉탁직 근로자인 이명덕씨(63)는 자동차 부품 업계 36년 경력을 바탕으로 자동화 라인 과정 점검을 맡고 있다. 이씨처럼 현장에서 일하는 노인들은 늘고 있으며, 생계를 위해 촉탁직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 크게보기 경남 창원산업단지 내 화천기계의 촉탁직 근로자인 이명덕씨가 지난달 3일 작업장에서 라인 기계를 조작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지난달 3일 경남 창원산업단지 내 화천기계 공장. 컨베이어 벨트가 굉음을 내며 돌아갔다. 벨트 옆 선반에는 자동차 실린더를 구성하는 부품이 쌓여 있었다. 귀마개를 낀 이명덕씨(63)가 기계 장비 사이로 바삐 움직였다. 20여개 버튼이 달린 기계판 앞에선 이씨가 몇 차례 손을 움직이자 벨트가 작동을 멈췄다. 이씨가 벨트 위에서 상자 모양의 자동차 실린더를 꺼내 이리저리 돌려본 뒤 다시 벨트 위에 올렸다. 그는 “작업 중에 표본을 검사를 하는 것”이라며 “총 160여개 공정 중 직접 담당하는 건 30여개지만 일이 생기면 전 과정을 살펴봐야 할 때도 있다”고 했다. 이씨는 자동차부품 업계에서 36년간 일한 베테랑이다. 1989년 인천 부평의 대우자동차에서 일을 시작했다. 2001년 화천기계에서 경력직을 뽑을 때 경남 창원으로 내려왔다.
처음으로 실린더 공정을 담당하게 됐다. 자동화 라인을 따라가면서 완제품이 되는 과정을 점검하는 것이 이씨 업무다. 이씨는 올해로 3년째 ‘촉탁직’ 계약을 맺었다. 촉탁직은 사업주가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1년 또는 그 미만의 기간으로 재고용하는 근로방식이다. 첫 해 월급을 은퇴 직전 받던 것보다 15% 깎고, 매년 재계약할 때마다 5%씩 추가로 깎는 조건이었다. 성과급과 격려금은 퇴직 전과 똑같이 받았다. 회사가 마땅한 대체자를 찾지 못한 게 이씨가 재고용된 이유였다. 관리감독 업무도 하면서 현장 기계도 보는 일을 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이씨는 “현장직과 감독직을 겸해야 해서 업무량은 많은데, 임금은 생산직보다 적은 경우도 있어 지원자가 없었다”고 했다. 이씨도 은퇴 후 계속 일을 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대우자동차 재직 시절 알게 된 동료들은 대부분 은퇴한 상태였다. 친구들을 만나면 ‘우리 젊잖아, 그런데 할 일이 없다’는 한탄을 자주 들었다. 은퇴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도 마음에 걸렸다. 이씨는 “은퇴 전이나 지금이나 하는 일이 같다 보니 생활리듬도 유지되고 좋다”면서 “친구들도 내가 일을 계속 하는 걸 부러워한다”고 했다. 촉탁직 근로자 이명덕씨가 지난달 3일 경남 창원산업단지 내 화천기계 작업장에서 부품 점검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자동화 라인의 장비를 갈아끼우고, 중간 제품 조립 과정을 감독하는 것이 이씨 업무다. 김세훈 기자 “60세, 일을 놓기는 너무 이른 나이” 이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인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674만9000명)가 1982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전체 연령대 중 1위(23.4%)를 차지했다. 고령화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노동자 평균연령도 크게 오른 영향이다. 60대 노동자가 일터를 떠나지 않는 가장 큰 요인은 생계다. 2033년부터는 연금수급 연령이 기존 63세에서 65세로 높아지면서 은퇴부터 연금 수급까지 ‘소득 절벽’ 기간도 늘어나게 된다. 통계청이 지난해 7월 발표한 ‘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서 일하고 싶은 사유로 ‘생활비에 보탬’(55.0%)이 가장 많았다. 응답자들은 평균 73.3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한화오션에서 2년째 촉탁직으로 근무하는 이성일씨(62)는 “지금 회사를 그만두고 나가서 다른 업종에서 새로 자리잡기는 어렵다”며 “임금이 깎이더라도 기존에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돈을 버는 건 큰 장점”이라고 했다. 한 경기도 중견 자동차부품업체에서 올해부터 촉탁직으로 일하는 최종섭씨(61)도 “요즘 60대면 경제활동을 그만두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일하는 보람을 느끼기 위해 계속 일한다는 응답도 꾸준히 늘고 있다. 고령층 부가조사에서 ‘일하는 즐거움을 위해서’라는 응답이 전년 대비 0.2%포인트 늘어난 35.8%였다. 이성일씨는 “내가 작업한 배가 시운전에서 매끄럽게 운행될 때 ‘제대로 했구나’ 싶어 뿌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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