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이 일부 지역에서 1년여만에 자체적으로 수업을 재개한 여학교들을 다시 폐쇄시켰다. 탈레반은 부모들도 여학생들의 등교를 원치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1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 당국은 최근 자체 결정으로 학생들의 등교를 재개한 파크티아주의 일부 여학교에 대해 학생들의 등교를 불허했다. 해당 학교는 파크티아주의 주도 가르데즈에 있는 여자 중·고교 4곳과 삼카니 지역의 여학교 1곳 등 5곳이다. 이들 학교는 이달 초 교육 당국의 허가를 거치지 않고 지난해 8월 탈레반 집권 후 1년여만에 처음 학생들의 등교를 재개했다. 이에 파크티아주 탈레반 정부 교육부는 중앙 정부에 관련 사안에 대해 질의를 했고 결국 등교 불허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지난해 집권 후 남학생과 저학년 여학생에게는 차례로 등교를 허용했지만 중·고등학교 여학생에 대해서는 등교를 막아 교육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탈레반은 앞서 1차 집권기에 샤리아를 내세워 여성의 외출과 취업, 교육 등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지난해 재집권 후에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해 여학생의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3월 새 학기 시작 당시 말을 바꿔 중·고등학교 여학생의 등교는 다음 고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일 당국의 등교 불허 결정으로 귀가 지시를 받은 파크티아주의 여학생들은 거리 시위를 벌이며 당국의 결정에 항의했다. 한 현지 주민은 AFP통신에 “학생들은 평화롭게 시위를 벌였지만 곧 치안 병력에 의해 해산됐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아프간에서는 여학생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전 대통령은 트위터에 “파크티아주 여학생의 목소리는 아프간 모든 딸의 목소리”라는 글을 남겼다. 또 일부 여성 운동가들은 언론에 배포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탈레반은 교육받은 여성을 두려워한다”고 비판했다.
탈레반은 여학생 등교 금지가 문화적 이슈이며 학부모들도 여학생들의 등교를 원치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누룰라 무니르 탈레반 정부 교육부 장관 대행은 여학교 폐쇄에 대해 “우리는 이곳의 문화를 안다”며 “특히 외딴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10대 여자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dpa통신 등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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