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57) 작가는 올해 비혼 여성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책 ‘에이징 솔로’의 저자죠. 동아일보 기자에서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으로, 여성가족부 차관을 거쳐 무소속 작가의 삶까지. 자신만의 궤도를 개척한 퍼스트 펭귄, ‘맨땅브레이커’의 여덟 번째 주인공입니다.
어느 날, 옆자리 중년의 차장님이 대뜸 이렇게 말한다면. 당신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이 스칠까요. 이직도, 휴직도 아닌 전직? 18년차에? 그게 가능한가?! 그러다 이렇게 결론 내릴 겁니다. ‘그냥 하는 소리겠지.’ 일도 삶도 팍팍하니 괜히 입 밖으로 내어보는 푸념이라고 말입니다.그때까지 그에게 직장은 딱 하나였어요. 그런데 그 선언 이후 달라졌죠. 실행에 성공했고, 그 이후 네 개의 직업을 거쳤습니다. 기자에서 아동 인권 활동가로, 대통령의 선택을 받은 베스트셀러 작가에서 고위공직자로.
그렇게 돌아온 캠퍼스, 그렇다면 무얼 해야 하나. 학점은 채 3점이 되지 않았다. 이 점수로 취직할 수 있는 회사가 있긴 할까. 선배들이 말했다. “신문사는 성적이 중요하지 않아.”입사와 동시에 한 발 뺄 생각부터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았습니다. 기자란 일은 ‘올인’ 없이 할 수 없는 일이란 걸요. 그렇다고 그 일이 싫진 않았습니다. 아니, 점점 마음에 들었습니다.그가 ‘과연 내 일이구나’라고 여긴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우선 업의 특성이 희경씨의 ‘산만한 기질’과 제법 잘 맞았습니다. 한 우물을 진득하게 파는 건 못해도, 한번 꽂힌 걸 빠르게 쫓는 데엔 소질이 있었거든요.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기자로 일할 당시 그의 모습. 한 손엔 기자수첩을, 다른 손엔 펜을 들고 현장을 누볐다. 김희경씨 제공“그 시절 신문사엔 ‘여자 몫’이 거의 없었어요. 여자 여럿에게 딱 한 자리만 주고 서로 싸우게 만들었죠.
왜 나에게 그런 중한 일을 맡기려 하는지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어요. ‘당신한테는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는 홍보보다는 각이 날카롭게 서 있는 일에 더 어울릴 것 같다’고.의심 반 호기심 반으로 업무 메뉴얼을 받아 들었는데 의외로 ‘할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현실의 사건 속에서 일관된 패턴을 찾고, 그걸 이슈화하는 일. 사회부 기자 시절에 하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거든요.“처음 일자리를 권유했던 혜정 선배가 인터뷰 때 이런 말을 했어요. ‘이 일이 좋은 이유가 뭔 줄 알아요? 내 노동이 만들어내는 가치가 눈에 보인다는 거예요.’”
희경씨는 “아동인권 활동가로 일하는 6년 동안 내내 ‘같은 문제를 다른 문제로 착각하는 사람들’과 마주쳐 왔다”고 말합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죠. 학대엔 손가락질하면서, 체벌은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희경씨는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하는 6년 동안, 아동 관련 사회 이슈를 ‘쟁점화’하는 일을 도맡았습니다. 정확한 쟁점을 만들기 위해선 사건의 디테일을 샅샅이 뒤져야 했죠. 특정 사안과 관련한 정보를 깊게 파고들면서, 비로소 사건의 그림이 다시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때 알게 됐습니다. 비극은 거대한 구멍이 아닌 ‘아주 작은 구멍’에서 비롯된다는 것을요.
공직에 있으면서 좌절하긴 했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원하는 세상이 모습이 100이라면, 가능성은 10, 현실화될 수 있는 범위는 1이구나. 값진 깨달음을 얻었죠. 반 발짝의 변화조차 끈질긴 씨름을 통해서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뭔가를 바꿀 생각이 있다면 길고 꾸준하고 질겨야 한다는 것을요.”변화란 것이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다가도 순식간에 온다는 것을 체감한 덕분입니다. 1991년 동아일보에 취재 기자로 입사했다. ‘여기자’가 흔치 않았던 그 시절, 희경씨는 동기 중 유일한 여성 기자였다. 기자로서의 일이 기질에 잘 맞아 18년을 내리 일했다.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일, 그 가운데에서 사회 현상을 관찰하는 일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문화부에서 영화 담당 기자로 일할 당시, 미국 로욜라 대학에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를 주제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고 돌아왔다. 할리우드 영화 현장을 견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2005년, 성공 영화의 흥행 공식을 분석한 책 ‘흥행의 재구성’을 집필했다. 그가 언젠가 ‘작가’로 살고 싶다 결심한 계기다.2007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어 커리어에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친구처럼 지내던 두 살 터울의 남동생이 서른여덟이라는 이른 나이에 급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비탄에 빠진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순례자의 길을 걷기 위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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