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이는 슬퍼서 노을빵을 먹었다 [밥 먹다가 울컥]](https://i.headtopics.com/images/2023/2/19/sisain-editor/526324934051060982353-526324934051060982353-1627120784731738112.webp)
춘삼이는 고아였다. 권투로 성공해서 챔피언이 되면 헤어진 부모님이 자신을 알아보고 감격의 상봉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춘삼이가 가장 좋아하는 빵이 크기만 하고 맛없는 ‘노을빵’이었다. 📝박찬일(셰프)
세상에 대책 없는 게 여섯 살과 중2라고 했던가. 여섯 살 때 내 사진이 몇 장 있다. 모자를 삐뚜름하게 쓰고 세발자전거에 올라앉아 배를 한껏 내밀고 떼를 쓰고 있는 장면이다. 왕년에 사진 촬영이란 건 큰 이벤트였고 그래서 ‘NG’를 내면 안 되었다. 비싼 필름을 소모하게 되니까. 그래서 어떻게든 포즈를 잡게 마련이었다. 어른들은 45° 각도로 서서 허리에 손을 얹은 후 멀리 하늘을 보는 폼이 유행이었다. 옆에 ‘友情’ 같은 한자를 쓰고 ‘단기 4200년 0월0일’ 같은 기록을 써넣는 것도 인기였다. 그렇지만 아이들이란 어른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법이라 원하지 않는 사진도 남게 마련이고, 오히려 순간의 포착으로 더 인상적인 사진이 나오기도 했다. 내가 의도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때가 여섯 살이었을 거다. 그리고 중2로 훌쩍 넘어간다. 좁은 교실에 70여 명이 버글거리고 있으니 안 그래도 해석 불가능한 존재인 중2들이 얼마나 대책이 없었겠는가.
중학생인 우리가 매점에서 빵을 사먹고 있을 때, 고등학생 두어 명이 빵과 콜라를 매점 아래 숲으로 던지는 걸 보게 됐다. 사람의 출입이 없는 그곳에 다람쥐 같은 게 돌아다니니까 소년들이 그걸 맞히겠다고 지대가 높은 매점 자리에서 아래로 병을 던지곤 했다. 춘삼이와 고등학생이 시비가 붙었다. 왜 콜라병을 던지느냐, 중학생이 형에게 덤비네, 이러다가 싸움이 붙었다. 1대 2였다. 딱 두 방이었다. 춘삼이의 스트레이트와 훅이 한 방씩 그 형들의 턱에 꽂혔다. 그걸로 끝이었다. 춘삼이는 당시 라이트급 최고의 주먹 김현치인가 유제두인가가 대표 격이던 권투도장의 관원이었다. 나는 춘삼이가 좋아졌다. 빵에도 계급이 있었다 그는 신문 보급소에서 먹고 잤다. 새벽에는 〈한국일보〉를 돌리고, 대충 오후 수업을 마치고는 다른 보급소로 가서 석간을 배달했다. 보급소에는 총무라고 부르는 관리직급의 배달원이 있는데, 그들이 보통 200부, 300부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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