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석이 말하고 정창조가 쓰다①] 비장애중심 시스템에서 장애인이 노동하기란
고병권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사회 전체를 이동시키지 않고서는 학교조차 갈 수 없다는 것, 사회 전체를 새로 배우게 하지 않고서는 야학에서의 작은 배움도 불가능하다는 것." 돌이켜 보면 정말로 그랬던 것 같아요. 이동권 투쟁에서 그게 아주 정확하게 드러났지. 정말로 장애인들은 사소한 거 하나를 할래도 사회 전체를 이동을 시켜야 하고, 새로 배우게 해야 하더라고요. 그게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은 그래도 어느 정도는 성공을 거뒀으니까 우리 노들야학 학생들도 이제는 과거보다 더 많은 '일상'을 누리게 된 거잖아.
진짜로 농담이 아니라, 내가 사장이라도 돈 벌라고 맘먹으면 이런 사람들 안 뽑아요. 나같이 일 잘하는 장애인이라면 고민해보기야 하겠다. 그런데 대부분 중증장애인들은 정말로 지금 노동시장에서 존재 자체가 적합하지가 않거든. 그러니께네 자본 입장에서는 돈 벌어야 되는데 일 잘하는 사람들 데려다가 쓰는 게 맞지, 이런 사람들 데려다가 쓰는 게 맞겠어요? 그런데요, 이런 노동 개념의 전환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중증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까지 고려해서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언급하는 사람은 또 잘 없더라고. 재생산노동이나 이 사회가 필수노동이라 부르는 것들도 그게 얼마나 소중한 노동인지와는 별개로 비장애인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노동이고, 그런 만큼 거기에 맞는 능력이라는 게 또 요구가 되잖아. 사실 이런 노동들은 기존 비장애중심주의 노동 시스템에서 이미 다 당연히 이뤄져온 노동이기도 한 거고. 노동 개념 전환 주장하면서 자본주의적 생산 시스템 변혁까지 말하는 사람들마저도 이렇게 체제 내에서 이미 인정받고 있는 노동 외에는 어떤 노동이 있을 수 있는지를 잘 떠올리질 못하고 있는 거야.
분명하게 말을 할게요. 최중증장애인이 노동을 하려면요, 정말로 노동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뒤집지 않고는 불가능해요. 제가 중증장애인이 노동할 수 없다고 말한 것도 그러니께네 사실은 내가 정말로 나쁜 사람이라 이런 맘 품고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중요한 전제가 깔려 있는 거예요. 지금 노동 개념에 맞춰 생각을 해보면 도무지 노동으로 인정받는 일을 할 수가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문제는 기존 장애인 노동 정책이라는 것들도 여전히 이런 경쟁, 효율, 생산성 틀에 콕 박혀가지고 만들어져 왔다는 거죠. 그냥 자본주의적 노동의 틀 안에 딱 갇혀가지고 지금도 그 안에서만 놀고 있어. 고용노동부도, 복지부도, 장애인고용공단도 기껏 한다는 게 그냥 변화하고 있는 노동시장에 맞게 이 사람들 쪼금 편입시켜 보겠다 정도만 말을 하고 제도화해 왔잖아. 자본주의 때문에 노동에서 쫓겨난 사람들을 위한 정책인데도, 이 관계의 전면적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서 고걸 만들어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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