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은 단순히 피곤한 일이 아니라, ‘돈과 시간의 빈곤’을 불러오는 악순환의 출발점이었다. 장거리 출퇴근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높은 삶의 질’을 구성하는 요소 중 일부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앙일보가 인터뷰한 직장인들 역시 출퇴근 시간을 줄이려 집을 옮긴 경우엔 대신 실질적인 소득이나 주거 환경 등을 포기했고, 반대로 주거 환경을 유지하며 지출을 줄이기 위해선 직장과 멀어져야만 했다.
중앙일보는 서울시의 통신기지국 빅데이터인 ‘서울 생활이동 데이터’를 자체 분석해 출근시간대 유입인구가 많은 ‘출근 1번지’ 6개 동을 선정했습니다. 이후 출근 1번지로 출근하는 인구가 일정 수 이상인 서울·경기·인천의 행정동을 추린 뒤 이 중 통근시간이 가장 긴 곳에 사는 ‘장거리 지역 통근자’와 통근 인구가 가장 많은 곳에 사는 ‘최다 이동 지역 통근자’ 12명을 동행·심층 인터뷰했습니다. 이를 통해 통근거리가 규정하는 이들의 삶을 ①삶의질 ②가족관계 ③건강 ④업무성과 ⑤경제적 상황 등 5가지 측면에서 따져봤습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서모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인테리어 매장을 운영하는 서씨는 매일 아침 차로 22㎞를 달려 출근한다. 사무실도 같은 용인시이긴 하지만 거의 끝에서 끝이라 최소 1시간은 잡아야 한다. 막 잠에서 깼지만, 가다 서기를 반복하다 보면 금세 저녁이 된 듯 온몸이 피로해진다. 하지만 “아내를 생각하면 미안할 정도로 편한 출퇴근길”이라고 말했다. 이모씨의 직장은 용인 집에서 약 60㎞ 떨어진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이다. 회사의 양해 덕분에 가장 붐비는 출근 시간대를 피해 조금 늦게 집을 나서지만, 보통 1시간 30분 정도는 운전을 해야 회사에 도착할 수 있다. 지난 18일 출근 후 촬영한 이씨 차량 계기판의 모습. 사진 이씨
숫자로 잡히지 않는 손해도 막심하다. “자영업은 결국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매출이 조금이라도 더 생긴다. 또 둘 다 기술이 있으니 시간 여유만 있으면 부업 같은 걸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출퇴근에 매일 2시간, 길게는 4시간까지 쓰는 지금은 꿈도 못 꾼다”고 부부는 말했다.이처럼 출퇴근길에 버려지는 돈과 시간은 실제 소득이 감소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를 불러온다.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팀이 근로자 2만6000명의 생활을 조사해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이 10분 길어질 때마다 근로자들은 총소득이 19% 감소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직장 만족도 하락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 자체로 효용이 있는 시간도 아닌데 매일 소비되긴 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낭비통근’으로 규정하기도 한다”며 “어떻게든 줄이는 게 좋겠지만, 현재는 재개발보단 도심 외곽개발 중심의 신도시 개발이 주를 이루고 있어 통근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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