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오전 7시30분 버스에 탑승한 신씨는 '버스는 정시성이 부족한 게 문제'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지난 3월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대졸 신규입직자 84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통근이 직장 만족도 및 이직의향에 미치는 영향(배호중)’ 연구에 따르면 통근 시간에 90분 이상을 사용하는 직장인은 20분 미만을 사용하는 직장인에 비해 이직 의향이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는 ‘통근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수록 직장 만족도가 낮았으며, 직장과의 거리가 멀수록 직장 만족도가 낮을 가능성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서울시의 통신기지국 빅데이터인 ‘서울 생활이동 데이터’를 자체 분석해 출근시간대 유입인구가 많은 ‘출근 1번지’ 6개 동을 선정했습니다. 이후 출근 1번지로 출근하는 인구가 일정 수 이상인 서울·경기·인천의 행정동을 추린 뒤 이 중 통근시간이 가장 긴 곳에 사는 ‘장거리 지역 통근자’와 통근 인구가 가장 많은 곳에 사는 ‘최다 이동 지역 통근자’ 12명을 동행·심층 인터뷰했습니다. 이를 통해 통근거리가 규정하는 이들의 삶을 ①삶의질 ②가족관계 ③건강 ④업무성과 ⑤경제적 상황 등 5가지 측면에서 따져봤습니다.출퇴근지옥⑤ : 출퇴근 거리와 업무 효율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만난 변리사 신모씨는 서울 역삼동까지 편도 1시간 40분이 넘는 통근길에 지쳐가고 있었다. 매일 약 85㎞. 다른 장거리 통근자들처럼 신씨 역시 피로를 호소했지만, 정작 그를 더 힘들게 하는 건 ‘불안감’이다.
신씨가 가장 불안한 건 월요일 아침이다. 한 달에 1~2번은 인파로 가득 찬 버스를 보내고 3~4번째로 오는 차량에 탑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비 오는 날엔 대기하는 동안 비를 맞아서 출근 전부터 지친다”며 “클라이언트와의 약속은 절대로 늦지 않는다는 나름의 철칙 때문에 동탄으로 이사 온 뒤에는 최소 30분은 남기고 약속 장소에 도착하는 버릇이 생겼다. 약속 2시간을 남기고도 불안해 약속 시각을 미룰 때도 있다”고 말했다. 출퇴근 길 자체가 거대한 스트레스가 되면서 업무 시간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게 신씨의 토로다. 그는 “새로운 기술이 뭔지 돋보이게 출원서를 쓰려면 고도로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동료 80%가량은 아침 일찍 나와 100m 달리기를 하듯 초집중 상태로 일한다”며 “ 출퇴근 시간이 길고 변수도 많아 그럴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저녁 시간을 활용한다. 하지만 집중력이 떨어지고 늘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붐비는 시간을 피하다 보니 저녁 업무 시간이 자연스레 늘어났고, 결국 시간 대비 일의 효율이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아침에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생기면 회사 동료에게 부탁하는 일도 일 년에 1~2번은 생긴다.반면에 관악구 청룡동에서 역삼동으로 출근하는 양소미씨는 출퇴근 시간을 바꾸면서 업무효율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는 경험을 했다. 그는 2년 전까지만 해도 경기도 김포시 구래동에서 왕복 5시간 동안 총 6번의 환승을 거쳐 회사를 오갔다.
양씨는 “출퇴근 거리를 줄이기 전엔 오전 9시 출근을 위해 5시에 일어나 준비를 한 뒤 집을 나서는 삶을 살았다”고 했다. 구래동 집에서 가까운 구래역에서 김포골드라인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대기 시간만 15분, 다시 김포공항역에서 인파를 밀어내며 9호선에 탑승하기 위한 시간이 15분이었다. 전쟁 같은 출근길은 고속터미널역에서 3호선으로, 교대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탄 뒤 다시 역삼역에 닿아야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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