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 자욱했던 20대, 몰래 숨어듣던 노래

최루탄 자욱했던 20대, 몰래 숨어듣던 노래 1987 어쩌다_마주친,_그대 스잔 좋은노래 김승진 김혜원 기자

레트로의 색은 살짝 빛이 바랜 옅은 갈색이다. 먹다 남아 김이 빠진 콜라를 천천히 잔에 따를 때 햇빛을 받아 유리에 투영되는 색. 정확하고 세밀하게 표현할 수는 없어도 아무튼 내게 있어 '레트로'는 그런 색이다. 바래진 틈 사이로 아련한 그 무엇이 있어 눈길을 쉬 거두지 못하게 하는 불가항력의 힘이 거기엔 있다.

해서 화면의 전체적인 톤은 1987년에 맞춰 딱 내가 좋아하는 아스라한 '레트로'의 색채를 띤다. 세트나 CG라는 공간의 특성상 다소 과장은 있을 수 있지만 빛바랜 옅은 갈색의 톤 위에 강렬한 그 시절의 색들이 더해져 '그리움'이라는 흉내낼 수 없는 또 하나의 색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노래가 대중에 전해지고 인기를 얻을 무렵, 믿기 어렵겠지만 상이하게도 대학가에선 민주화를 갈망하며 항상 시위가 있었고 사흘이 멀다 하고 최루탄의 매운 기운이 도서관에까지 스며들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간절함의 뒤꼍엔 이런 사랑의 달콤함도 공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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