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해녀와 최연소 해녀, 그들만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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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예술영화 개봉신작 리뷰]

고희영 감독은 전작 에서 제주 우도 해녀들의 삶을 7년에 걸쳐 기록해 공개한 바 있다. 그런 감독의 두 번째 해녀 영화라면 기대와 동시에 우려도 함께일 수밖에 없다. 즉슨, 동어반복 혹은 답습의 그림자 여부를 의식하면서 영화를 보게 될 것을 피할 수 없다는 문제다. 그런 걱정 속에서 영화를 접했다. 다행히 걱정은 노파심으로 그쳤다.이번 영화의 주 무대는 제주 성산읍 삼달리다. 이곳에는 87년 물질 경력의 현순직 해녀와 마을에서 가장 젊은 채지애 해녀가 있다. 영화는 이 둘 각자의 내력을 소개하고 그들을 둘러싼 변화의 흐름, 그리고 둘이 혈연관계인 것처럼 의미심장한 그들만의 의례를 치르는 순서로 큰 흐름을 이어나간다.현순직 해녀는 그야말로 삼달리 해녀들의 상징이자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다. 96세에 이르기까지 87년이라는 해녀 경력은 듣기만 해도 아찔할 정도다.

하지만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해녀 일을 하겠다는 딸이 영 마뜩찮았다. 환갑 줄에 들어선 채지애 해녀의 엄마도 현역 해녀다. 그는 스파르타식으로 딸을 가르치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다. 이 땅 어머니라면 누구라도 동감할 내용이다. 그런 엄마의 시선은 이 영화에서 세 번째 주인공에 가까운 역할을 선보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전반부는 그렇게 극명히 대비되는 두 해녀 각각의 삶을 묘사하는데 주력한다. 현순직 해녀의 다사다난한 물질 경력은 제주를 넘어 독도까지, 동해와 남해를 모두 아우른다. 그렇게 하루하루 생과 사의 갈림길을 넘나들며 물질을 해 가족을 부양했다는 것을, 문안전화로 이제 물에 좀 그만 들어가시라고 타박하는 막내아들의 염려가 증언한다. 산전수전 베테랑이라지만 '숨비소리'의 교차 사이로 언제든 삶과 죽음이 결정되는 고된 일이 수월할 리 없다. 동료 해녀들의 죽음과 자신이 숱하게 겪어온 생사의 갈림길을 그는 담담히 증언하곤 한다.

바다 속 생태계 또한 육상의 그것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식물 같은 기반생물군이 융성해야 그곳을 터전 삼아 다양한 생물군이 유지될 수 있다. 감태같은 해조류가 숲을 이뤄야 소라나 전복이 보호받고 먹이를 구할 수 있다. 하지만 해양오염과 기후변화의 파괴적 작용은 우리가 외면하는 사이에 오랫동안 자체순환으로 이어져온 생태계를 급격하게 무너뜨리고 있었다.어쩌면 자신은 물에서 최후를 맞고 싶지 않았을까 괜한 상상이 들 정도로 바다에 애착을 가졌던 현순직 해녀는 2020년 10월부로 물질을 그만두었다. 물질을 그만둔 이후로 급속도로 머리가 새고 침울해진 그를 채지애 해녀가 마치 손녀가 할머니 챙기듯 돌본다. 훈훈하지만 슬픈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영화는 최고령 해녀와 최연소 해녀의 교류를 통해 해녀와 해녀의 우애, 문화의 전승을 묘사할 절호의 찰나를 포착하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태도가 역력하다.

해녀들 사이의 엄중한 위계와 협동의 강조는 자신들 외에는 구조 받을 수단이 없기에 필연적이었다. 근대 이후 잠수복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거의 나체로 겨울에도 바다에 뛰어들던 작업방식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개탄과 함께 허례허식을 초월하는 여성들만의 공동체문화로 양면성을 띄게 된다. '인어'의 전설은 적어도 동북아시아에선 듀공이나 매너티 같은 해양포유류가 아니라 해녀들의 목격담에서 비롯되었을 게 분명하다.그런 해녀들의 여성공동체 문화는 이제 그 수명을 다 하고 서서히 사라져가는 중이다. 영화는 굳이 그런 쇠락에 대한 울분이나 항의를 소리 높여 웅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화면 속에서 내내 등장하는 초고령 해녀들만 봐도 쇠퇴에 대한 애잔한 정서는 감출 수 없다. 영화는 굳이 해녀의 역사와 기원에 대해 서술하진 않지만 관객은 자연스럽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낭만적 대상이 아닌 지난한 삶을 품은 존재로 해녀를 재 정의하게 될 테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선 유독 남정네들 보기가 힘들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천형 같은 고단한 물질을 요즘 식 표현이라면 '분유 값이라도 벌기 위해' 나섰던 강인한 여인들의 연대기이기 에 자연스런 귀결일 테다. 그리고 그렇게 전설이 된 직업군과 문화가 해양오염 때문에 소멸해가는 위험을 목도하게 만드는 결말부는 이 영화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오염수 논란을 상기하게 만든다. '전설'을 끝장내는 건 현세의 탐욕이다. 그런 직무유기와 환경파괴를 막지 못한다면, 유래를 찾기 힘든 자생적인 지역/여성/노동문화의 진혼곡처럼 은 슬픈 전설로 끝날지도 모른다.출연 현순직, 채지애2023 20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한국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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