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대응 프로젝트 해녀 이야기] 고정임 해녀
감기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는 은영이 엄마한테 만나자는 전화가 간단명료하게 왔다. 다음날 늦여름 비가 장대비처럼 쏟아지는데 아침 일찍 또 전화가 왔다.비가 세차게 내리는 가운데 완도읍내에선 '은영이 엄마'로 더 잘 알려진 고정임 해녀를 만나러 나섰다. 피부가 좋은 해녀분들을 많이 만났지만 유난히 백옥 같은 피부를 가진 고정임 해녀를 남편분과 함께 만났다. 제주도 구좌읍이 고향이라는 고정임 해녀는 70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피부가 건강하고 고왔다.″그랑께 목이 아파서 우리 유 선생도 안 만날라고 했는디 오늘 아니먼 원고를 못 쓴다고 하도 사정 했잔애? 새복에 진도에서 전화가 왔는디 진도는 날이 좋다고 안 하요? 그래서 다섯이서 진도 접도로 물질을 가기로 했어요.″″나는 형제가 자매인데 아버지가 가정을 잘 돌보지 않았어요, 그래서 엄마가 30대 후반에 나와 동생을 데리고 완도로 이사를 왔어요.
물질은 완도에 와서 열 다섯 살에 엄마를 따라 다니면서 배웠어요, 제주에서 물질을 배우지 않았는데 완도와서 물질을 조금씩 배운 겁니다. 그때는 대부분의 제주 해녀들이 애릴 때부터 바닷가에서 헤엄을 쳐요. 그러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엄마를 보고 물질을 배웠어요. 약간 도제식이었죠. 엄마가 해녀면 딸들도 거의 물질을 안 배울 수가 없어요. 바닷가 마을 출신이 물질을 못한다고 하면 물질도 못하냐고 흉도 잽히기도 허고. 엄마를 따라다니면서 물질을 배우다 열 여덟살 때 해녀에 정식 입문했어요. 그래서 엄마랑 같이 서로 의지하면서 물질도 많이 하고, 또 동생은 물질을 배우지 않았는데 동생하고는 내가 나이 차이가 여덟살이나 나서 엄마가 동생은 공부를 시켰어요.″ ″내가 열 아홉살이 되니 엄마가 결혼을 걱정합니다. 그래서 우리 아저씨를 만났어요. 요즘으로 말하면 소개팅이었는데 별로 맘에 들지 않았어요. 그때 우리 아저씨는 노총각 중에 노총각이었어요. 그러대요. 절대로 손에 물을 안 묻히게 해준다는 거짓말. 내가 나이가 어려서 그 말에 홀랑 넘어가 버렸어요.″ ″저는 그때 만나는 사람마다 이삐다고 오매오매 저거 어디로 시집가까 잉, 함서 인기가 좋았어요. 나이도 열 살이나 차이가 있고 그래서 조금 망설였는데 엄마는 좋은 사람이라고 결혼하라고 하도 들들 볶아 싸서 1년 정도 연애를 하다가 스무살에 결혼을 했어요. 그리고 다음해에 큰 딸을 낳았는데 그 딸이 은영이입니다.
바다 날씨를 걱정하는 고 해녀의 눈빛에서 우리 주변의 환경문제가 오버랩 돼 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다도해해양문화연구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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