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력 버튼 하나면 인쇄물이 나오는 세상...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활판공방은 일흔이 훌쩍 넘은 인쇄공과 아흔이 다 된 식자공, 이 둘이 지키고 있습니다. 활판공방 식자공 🔽 자세히 읽어보기
권용국 선생은 열여섯 나이에 생업에 뛰어들어 식자공 일을 배웠다.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 활판공방에서. 출판·인쇄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만나면 소음에 관해 묻기 마련이다. 내가 아는 그곳은 꽤 시끄러우니까. 인쇄기가 각종 소음을 만들어내는 좁은 작업장을 떠올리며 묻는다. “작업장이 시끄러웠나요?” 백발의 그가 고개를 젓는다. “고요했어요.” 정적이 흐를 정도로 조용하지 않으면, 활자 하나하나 제자리를 찾아 놓는 작업에 집중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의 일터는 고요했다. 그리고 이제 그의 모든 세계가 정적을 머금고 있다. 보청기를 찾지 못한 그는 내 질문을 알아듣지 못할 때면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나는 목소리를 키우며 묻는다. “이 일을 언제 시작하셨어요?” 활판공방의 권용국 선생의 조판대. 인쇄소에서 기름 안 쓰고 깨끗한 업 노동의 시작을 묻는 내게 권용국씨는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나” 하고 말끝을 흐린다. 이야기의 시작점을 고르는 그에게서 90년 인생이 느껴진다.
옥편의 경우, 가장 작은 크기의 활자가 필요한데 그 너비가 2㎜다. 말 그대로 깨알 같다. 손으로 잡힐 리 없으니 핀셋을 쥔다. “식자를 하려면 손가락이 가늘어야 해요. 손 굵은 사람은 활자를 자꾸 떨어뜨리죠. 그럼 대우를 못 받아요.” 소년공이던 시절에는 얇디얇았을 테지만, 지금은 마디가 굵고 두꺼운 손이 눈에 들어온다. 가늘던 손가락이 세월 속에 퉁퉁해질 때까지 핀셋을 놓지 않았다. “8시간 근무하고 4시간을 더 하면, 하루치를 더 줘요. 출근하면 이틀치 일당을 버는 셈이죠. 밤을 새우면, 3시간 근무마다 하루 일당을 줘요. 밤샘 근무를 하면 보통 닷새치를 가져가는 거예요. 교과서 만들고 이럴 때는 일이 많으니까. 한 달을 일하고 보통 석 달치를 가져가고 그랬어요. 괜찮았죠. 몸도 젊으니까 괜찮았어요.” 8시간 낮 근무에 4시간 잔업을 하고, 추가로 9시간 야간 노동을 하면 총 21시간. 그 대가로 5일치 품삯을 가져간다. 하루 일하고 닷새 일당을 번 것 같아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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