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파만 돌돌 말았는데 백반집 부럽지 않은 밥상

쪽파만 돌돌 말았는데 백반집 부럽지 않은 밥상 제철음식 집밥 계절이_주는_기쁨 김준정 기자

어떤 분이 내가 한 요리는 맛은 있는데 거칠다고 했다. 정확한 표현이다. 나는 음식을 시간을 들여 정성스럽게 하지 않고 대충 맛만 나게 만든다. 그래봐야 한 끼일 뿐인데 많은 수고와 시간을 들이고 싶지 않다. 손님을 대접할 때조차 휘리릭 만든다.

봄에 나오는 쪽파는 가을에 심어 겨우내 언 땅에 있다가 솟은 거라 억센 기운이 담겨 있다. 내가 산 건 길쭉한 쪽파로 하우스 재배한 거긴 하지만, 제철을 맞은 쪽파의 달큼함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때가 되면 배가 고픈 것처럼 삶의 허기는 문득문득 찾아오는데, 시기마다 공짜로 주어지는 것으로 채우는 게 맞지 않을까? 많은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되는, 언제든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반찬과 계절이 주는 기쁨이 찰랑거리는 일상을 만들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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