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남자가 덮칠까봐... 멜버른 길바닥을 밤새 헤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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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남자가 덮칠까봐... 멜버른 길바닥을 밤새 헤매다 호주워홀 커피 플랫화이트 멜버른 실패 선채경 기자

'가짜 커피'라는 말이 있다. 카페인의 각성 효과를 빌려 지친 뇌를 깨우기 위한 커피는 가짜, 일하지 않는 시간에 여유롭게 즐기는 커피가 진짜란 얘기다. 원래 SNS에서 유머로 떠돌던 말인데, '커피를 수혈한다'란 표현도 함께 쓴다. 맛과 향을 음미하기보단 깨어 있으려고 링거 맞듯 커피를 주입한다는 뜻이다.

호주로 떠나기 전 9개월 동안 나는 한국에서 백화점 판매사원으로 일하며 돈을 모았다. 일할 땐 아침, 점심으로 가짜 커피를 수혈했다. 퇴근 후엔 영어 공부와 부업 등을 해내기 위해 또 카페인 음료를 찾았다.'진짜 커피' 찾아 떠난 멜버른, 현실은...멜버른은 '커피의 천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곳 출신 바리스타들이 세계 대회를 휩쓸었다. 최고 품질의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는 카페가 즐비하다. 에스프레소 위에 부드러운 스팀 우유를 얹은 플랫화이트가 대표 메뉴다. 저가의 대용량 커피는 없다. 나는"호주에 가면 일단 플랫화이트를 마실 거예요!"라고 말하곤 했다.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서 따듯한 플랫화이트를 아주 느리게 마시기. 그것이 나의 중요한 할 일 중 하나였다. 여유로운 도시에서 즐기는 진짜 커피에 대한 부푼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부푼 기대는 시시하게 꺼졌다. 멜버른에 도착하니 연말연초라 문 연 곳도 많지 않았다. 어렵게 찾은 카페에 들어가 플랫화이트를 주문했다. 그리곤 땀을 뻘뻘 흘리며 뜨거운 커피를 억지로 마셨다. 느긋한 현지인들이 부러웠다. '집을 못 구하면 어떡하지?' 내 앞날은 흐릿한데 영수증에 찍힌 '연휴 할증 15%'만큼은 또렷이 보였다. ▲ 멜버른시 디그레이브스 스트리트, 브런치 카페가 몰려있는 골목 풍경 ⓒ 선채경임시 숙소를 네 번째 옮겨 다닌 때였다. 나는 다소 극한에 몰린 상황이었다. 어디라도 길게 지낼 곳이 필요해 저렴한 비용의 방을 찾아 보증금을 냈다. 다만 집주인이 남자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호주에서 혼숙 셰어 하우스는 흔하니까 괜찮지 않을까? 계약할 당시에는 집이 없다는 공포가 더 컸다.

이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두려움은 구체적인 상상으로 커졌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곳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만일에 대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쉼터 홈페이지도 검색했다. 끝없는 나쁜 상상을 스스로 제어할 수가 없었다. 숙소 옮길 채비를 하는데, 뛰는 심장이 도저히 진정되지 않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시린 느낌이 들었다.괜찮지 않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크리스는 영국에서 온 워홀러로 양갈래머리를 한 발랄한 친구다. 항상 콧노래를 부르며 춤추듯 일하던 크리스가 내 이야길 듣더니 자못 진지해졌다.'위험하니 가지 마'가 아니었고, '괜찮으니 가라'도 아니었다. 내가 불안하면 가지 않는 게 좋다는 말을 들었다. 크리스의 조언은 '나' 중심으로 다시 생각하게 했다. 나는 여태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을 걱정해왔다. 하지만 아무 일이 없다고 해도 난 계속 불어나는 불안을 다스리지 못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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