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무기를 버리라'는 요구는 거대한 현실의 벽 앞에서 초라한 말로 전락한다. 📸 김새근(사진가)
“이반, 이반….” 이반 스크리프누크의 어머니 루바가 관 속의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있었다. 아들의 손에 입을 맞추고, 아들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아들의 이름을 읊조렸다. 남편과 사제가 루바의 팔을 당겨 아들과 겨우 떼어놓았다. 군인들이 관 뚜껑으로 아들을 덮었다. 관을 땅속에 내리기 전에 우크라이나 국가가 울려 퍼졌다. 조문객과 군인, 사제들은 가슴에 손을 얹었지만, 그녀는 손을 아들 쪽으로 내뻗으며 뭔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관이 땅속에 내려가고, 흙으로 덮일 때까지 그녀의 입술은 멈추지 않았다. 이반은 바로 전날 장례식이 치러진 다른 세 개의 무덤 옆에 묻혔다. 세 무덤 위의 꽃은 이미 원래 색깔을 잃어가는 중이었다. 우크라이나 군인이던 이반은 지난 3월13일, 러시아의 야보리우 군사기지 공습 때 살해당했다. 우크라이나 도처에 이별이 부유했다. 죽음과 헤어짐이다.
르비우역에선 기차 유리창을 경계로 갈라진 두 연인이 입술의 모양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프라하로 떠나는 친구를 배웅하러 나온 우크라이나 젊은이들은 시종일관 웃고 떠들며 쾌활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그들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손바닥을 맞대며 이별 의식을 마쳤다. 우크라이나를 덮친 이런 이별들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푸틴을 ‘우리에 가둬야 하는’ 미치광이라고 비난한다. 다른 사람들은 나토가 약속을 어기고 동쪽으로 세력권을 확장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러시아의 침략과 나토의 패권주의 사이 어딘가에서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원치 않는 이별을 강요당하고 있다. ‘지금 당장 무기를 버리라’는 요구는 거대한 현실의 벽 앞에서 초라한 말로 전락한다. 그러나 이 말은 자신의 삶에서 밀려났거나 밀려날 사람들의 염원이고, 이별한 사람들이 미래의 재회에 이르는 길의 첫걸음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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