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한 가지 유의사항을 일러두고 싶다. 며칠에 걸쳐 책을 나눠 읽는 동안 울지 않은 적이 없다. 📕 이은기 기자가 추천하는 책ㅣ〈들어 봐, 우릴 위해 만든 노래야〉
고통은 누군가 알아줄 때 옅어진다. 불행을 겪는 이는 이해받는다고 느낄 때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절망을 드러내는 것도, 타인의 괴로움을 이해하는 데도 서툴러서 적확한 위로는 높은 확률로 실패하기 쉽다. 이 책은 이환희 편집자가 생전에 남긴 글과, 그의 반려인 이지은 편집자가 이환희 편집자의 죽음 이후 100일간 쓴 글을 함께 묶은 에세이다. “당신이 내 곁에 있었다는 순간을 증명하기 위해 병적으로 당신의 흔적을 찾아 헤맨” 이지은 편집자는 반려인 이환희 편집자와 함께했던 순간을 또 다른 기록으로 남겼다. 애도의 방식은 제각기 다르다. 이지은 편집자는 “당신 없는 1년을 이 책 덕분에 살아냈다”라고 고백한다. 떠난 이를 잊거나 그의 존재를 지우기보다 그의 흔적을 탐험하며 더 깊이 알고자 다가갔다. 반려인이 떠난 후 슬픔·분노·무력감 따위의 널뛰는 마음을 ‘글을 쓰며’ 견뎌냈다.
이환희·이지은 편집자의 글에 위로받고, 한 발짝 나아가는 힘을 얻은 사람들이 연락을 해왔다.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에 속수무책으로 슬퍼해야 했던 이들이다. 나도 이 책을 읽고 다른 이유에서 ‘좀 더 잘 살고 싶다’라고 느낀 사람 중 하나다. 이환희 편집자가 살아생전 타인의 고통에 마음 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것처럼, 이지은 편집자가 슬픔과 절망 속에서도 시엄마, 엄마, 이환희 편집자가 아끼던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던 것처럼 다른 이들의 마음을 더 살뜰히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올해 닥친 일들을 해결하는 게 급해서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 눈을 질끈 감았던 적이 많다. 책을 읽는 내내 어쩌면 누군가의 이해가 필요했을 얼굴들이 떠올랐다. 마음만 급하고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이지은 편집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불행을 겪는 이를 만난다면, 그를 위로하고 싶다면 그저 기다려달라. 조용하게 곁을 내어줘도 괜찮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자 [2021 행복한 책꽂이]좋은 책은 어떤 책일까? 지적으로 혹은 감성적으로 독자를 고양시키고, 아직은 없는 삶의 한 이미지를 상상하게 하는 책이라면 어떨까? 〈불쉿 잡〉이 그렇다. 이 책은 때로는 새롭지만, 주로 불필요하며, 어떤 점에서는 해롭기까지 한 우리 시대의 직업과 그 종사자들의 우울한 증언에 기반한 인류학적 연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른바 ‘불쉿 잡(bullshit jobs)’의 정의와 종류, 해결방안 같은 것이 아니다. 책의 후반부에서 ‘기본소득’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조차도 그것은 경제정책과는 큰 관계가 없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일’과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동아시아 ‘송곳들’의 지구전 [2021 행복한 책꽂이]이 책은 한국 사회 공론장에서 잔뿌리를 내린 두 가지 통념에 균열을 낸다. 첫 번째 통념은 오늘날 중국인이 전체주의 국가에 동화된 채 비판의식이 실종되었다는 인식이다. 두 번째 통념 역시 정치적 열망의 부재를 탓하는데, 이번에는 한국의 20~30대 청년을 겨냥한다. 부동산 ‘영끌’과 코인 광풍, 조국 사태 이후 공정성 논란에서 보듯, 불안한 젊은이들이 각자도생에 몰두하면서 보편적 정의와 평등에 무관심해졌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저자는 이런 통념을 배반하는 삶을 살았다. 30대 중반이 다 되도록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매진했고, 극영화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시설’은 배제와 착취의 고리 [2021 행복한 책꽂이]폭행·폭언·횡령·인권침해. 장애인 거주 시설 관련 기사에서 빠지지 않는 말들이다. 2020년부터는 ‘집단감염’과 ‘코호트 격리’도 빼놓을 수 없다. 왜 비슷한 문제가 계속 생기는 걸까? 잘못한 사람들만 쫓아내면 문제는 해결되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절멸과 갱생 사이〉는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될 수 있다. 사회복지법인 운영 시설이 탄생한 역사와 형제복지원의 구조에 관한 여덟 편의 논문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은 이 책에 따르면, 형제복지원은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사회복지법인들이 따르는 ‘수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사실은 막을 수 있었던 베트남 전쟁, 그럼에도 터진 이유사실은 막을 수 있었던 베트남 전쟁, 그럼에도 터진 이유 베트남_전쟁 선제타격 맥나마라_국방부장관 이병록 기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살라흐 앞세운 이집트, 연장전서 모로코 잡고 네이션스컵 4강행 | 연합뉴스(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를 앞세운 이집트가 2021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축구대회 준결승에 올랐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윤석열 “사드 추가 배치”에 이재명 “미국도 필요없다는데…”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