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불화하는 소수는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외롭지만, 결국엔 이들이 역사의 경로를 비틀고,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 📗 조문영 교수가 추천하는 책ㅣ〈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
이 책은 한국 사회 공론장에서 잔뿌리를 내린 두 가지 통념에 균열을 낸다. 첫 번째 통념은 오늘날 중국인이 전체주의 국가에 동화된 채 비판의식이 실종되었다는 인식이다. 두 번째 통념 역시 정치적 열망의 부재를 탓하는데, 이번에는 한국의 20~30대 청년을 겨냥한다. 부동산 ‘영끌’과 코인 광풍, 조국 사태 이후 공정성 논란에서 보듯, 불안한 젊은이들이 각자도생에 몰두하면서 보편적 정의와 평등에 무관심해졌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저자는 이런 통념을 배반하는 삶을 살았다. 30대 중반이 다 되도록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매진했고, 극영화를 새로 배우고 잡지나 신문을 만들면서 사회운동의 매개를 찾고자 애썼다. 10여 년의 고투 마디마디에서 또래들이 하나둘 떠나고 냉소만 남았을 때, 더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기대를 접었을 때 엉뚱하게도 중국을 찾았다. 그리고 사회주의가 지배자의 언어로 둔갑했다는 곳에서 젊은 저항자들을 만나고, 새로운 희망을 봤다.
마르크스주의 학회를 탄압하는 당국에 마르크스주의로 맞서고, 남방까지 내려가 기층 공회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며, 미투 운동에 동참하면서 대학과 일터에 만연한 성차별·성폭력에 저항했다. 냉소·경멸·포기에 익숙해진 저자에게 “동아시아 송곳들의 지구전”을 시작하자는 열망을 불러일으킨 이 저항자들 다수는, 안타깝게도 중국 당국의 탄압으로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저자를 포함해, 이 책 등장인물들의 삶은 오늘날 한국의 정치적 아수라를 돌아보게 한다. 민주화 이후 사회운동이 급속히 주류화·제도화·사업화된 이후, ‘대세’를 운운하며 급진적인 해방의 요구들을 시대착오로 매도해버린 후, 비판의 언어를 지식인의 자족적인 동굴 안에 가둔 뒤 과연 무엇이 남았는지 말이다. 시대와 불화하는 소수는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외롭지만, 결국엔 이들이 역사의 경로를 비틀고,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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