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퀴어, 노동에 대한 또렷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소설을 써온 조우리 작가는 부단히 존재의 쓸모를 증명해야 하고, 쉽사리 희미해지기도 하는 여성의 자리를 소설 속에 그려 넣었다.
최근 첫 소설집 을 출간한 소설가 조우리를 지난 3일 만났다. 조 작가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햇수로 10년에 걸쳐 발표한 단편소설을 엮은 이 책에 “나의 2010년대, 한 시절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했다. ⓒ 송인혁“어디서든, 너도 꼭 너를 지켜. 그게 우리를 지키는 일이 될 거야.” 최근 출간된 소설가 조우리의 소설집 에는 자신의 자리를 예민하게 감각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등장한다. 언제든 튕겨나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 있지만, 그 불안과 위태로움이 나를 훼손시키지 않도록 자신을 붙잡고 지키는 일.
악명 높은 고객 ‘블랙 제로’에게 봉변을 당하면서도 혼잣말을 할 때조차 ‘고객님’이란 존칭이 입에 붙은 백화점 직원, 일자리를 잃은 데 이어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박탈당하는 불안감 속에 놓인 여성, 가까웠던 친구들 안에서조차 보이지 않는 벽을 감지한 레즈비언 커플. 소설 속 인물들이 처한 상황은 결코 밝지 않다. 그의 소설엔 이미 해고됐거나 해고될 위기에 처한 이들, 일자리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회적 쓸모까지 도려내지는 듯한 불안을 지닌 이들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소설에는 분명한 어떤 낙관이 있다. ‘이것이 바로 해피엔딩’이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와 서로를 돌보며 나아가자는, 단단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2015년 발표한 두 번째 수록작 ‘11번 출구’는 그의 글쓰기에도 분기점이 됐던 소설이다. 조 작가는 “동시대 소설을 쓰는 많은 작가들도 그렇겠지만, 세월호 참사와 페미니즘 리부트, 문단 내 성폭력 고발 사건을 기점으로 소설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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