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삼청동·창신동은 채석장... 이곳 돌 가져다 궁궐, 도성 쌓았다 [서울지리지]

조선의 정신을 떠받친 한양의 채석장

1865년~1868년 경복궁 중건과정을 적은 의 내용이다. 영풍정은 종로 창신동 돌산에 있던 정자다. 19세기 편찬된 는 “동대문 밖 연미정동에 훈련도감 군마의 기예를 시험하는 곳이 있고 영풍정이 있다”고 했다.

안암동 고려대 뒷산인 개운산은 조선 초부터 채석장으 활용됐다. 1420년 8월 17일 기사에 따르면, 왕릉 석실 덮개가 너무 무겁고 부피가 커 운반에 어려움을 겪자 상왕은 “두 개로 나눠 옮기라”고 명한다. 신하들이 이를 반대하자 상왕은 안암동 석처로 직접 거둥해 석공을 시켜 철퇴로 덮개 돌을 쪼개 둘로 만들어 버렸다. 안암동의 석처는 지형적 구조로 봤을 때 개운산으로 추정된다. 개운산은 돌산으로 모양이 북처럼 생겼다고 해서 북바위, 한자로는 고암 또는 종암 등으로 호칭됐다. 오늘날 종암동의 지명이 여기서 유래했다. 북한산 칼바위능선 자락에 위치한 성북구 길음뉴타운 신안파크아파트, 길음중·길음초 일대에도 대형 채석장이 존재했으며 이곳에서는 비교적 최근인 1970년대 후반까지 채석이 이뤄졌다. 조선시대 건축용 석재가 채취됐고 일제강점기에는 길음동에 대규모 공동묘지가 조성되면서 묘지 비석이나 계단을 만드는 대리석을 생산했다. 채석장은 90도에 가까운 가파른 직벽으로 돼 있어 한때 생활고를 겪던 사람들이 절벽 위에서 투신하자 ‘자살절벽’으로 불리기도 했다.

삼청동 채석장의 정확한 위치는 모른다. 다만, 1704년 5월 20일 기사는 “노인들이 전하는 말로는 경회루 돌기둥을 삼청동 동쪽 비탈에서 떠냈다고 하였는데…”라고 했다. 이 기록으로 미뤄 말바위 전망대 아래쪽으로 짐작간다. 조선후기 이후 수락산·불암산과 우이, 구천계곡 등 북한산 계곡 석재 집중 채취성곽 축성의 부석처로 녹번도 자주 나타난다. 1700년 2월과 7일 기사는 “숭례문 북쪽과 남쪽의 성곽이 붕괴된 부분을 녹번현 근처에서 돌을 가져와 개축한다”고 했다. 를 비롯한 여러 한양 지도에서 대녹번과 소녹번이라는 명칭이 확인된다. 지하철 3호선 녹번역 근처 레미안베라힐즈아파트 뒤편 등산로와 공원에서 채석장 자취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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