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의 느닷없는 질타 '선생님은 왜 명문대를 선택하셨나요?' 학벌_구조 교육인적자원부 설국열차 교원임용시험 사다리_걷어차기 서부원 기자
소위 '명문대' 출신 교사라는 건, '훈장'이면서도 '족쇄'다. 대학을 졸업한 지 25년도 더 지났는데도 여전히 학벌의 위력은 살아있다. 아이들은 내 멀쩡한 이름과 전공 교과보다 출신 대학을 먼저 기억한다. 지금 만나고 있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오래전 졸업생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당연한 말이지만, 성적이 우수한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전혀 별개의 재능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는 것 또한 공부를 잘하는 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로지 점수로 줄 세워 당락을 결정하는 교원임용시험 제도에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명문대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졸지에 '1타 교사'로 인정받고 있으니 대학 졸업장이 '훈장' 역할을 한 건 맞다. 그러나 그것이 되레 운신의 폭을 좁히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껏 꾸준히 집회에 참여하고, 틈틈이 이곳에 칼럼을 연재하는 등 학벌 구조 타파를 외쳐온 터다.한 아이의 느닷없는 질타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뭐라고 대꾸하든 궁색한 대답이 될 것 같아 나중에 대화하자며 꽁무니를 뺐다. 그의 눈에는 지금껏 학벌의 혜택을 톡톡히 봤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누리지 못하도록 막는 행태로 비친 모양이다. 표면적으론 그렇게 여겨질 법도 하다.
다른 친구들도 다 그랬다. 누구 하나 교사 앞에서 토를 달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토를 달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학부모도 자녀의 대학 진학에 대한 모든 권한을 교사에게 위임한 채 그들의 판단과 선택을 그대로 따랐다. 버젓이 촌지마저 오가던 참람한 시절이었다. 그 역할에 학벌 구조는 안성맞춤이었다. 몇 해 전 천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영화 도 우리나라의 온존한 학벌 구조에서 모티프를 얻었을 게 틀림없다. 초등학생조차 'SKY, 서성한, 중경외시…'라는 서열을 노래하는 세상은 그렇게 체계화됐고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 이렇게 그에게 건넬 답변을 대강 정리하고 있는데, 다시 그가 찾아와 자문자답하듯 말을 이었다. '사다리 걷어차기'도, 학벌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는 주장도, 모두 명문대 출신에게만 허용된 특권이라는 거다. 설상가상, 학벌 구조는 필요악이라는 지적에 더는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학벌 구조 타파를 외치려고 해도 학벌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에 주위에 있던 친구들 모두가 맞장구를 쳤다. 이럴진대 학벌 구조의 폐해를 아무리 떠들어댄다 한들 '공자님 말씀'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학벌 구조에 편승하든 혁파를 주장하든 상위 학벌이 꽃놀이패를 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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