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미 | 뉴콘텐츠부장 인간복사기 개그우먼 이수지씨의 패러디 연기를 좋아하는데, 얼마 전 역대급으로 재미있는 콘텐츠를 봤습니다. 그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자식이 좋다’라는 제목의 ‘휴먼페이크다큐멘터리’였습니다. 10분짜리 영상에선 4살 제이미의 사교
인간복사기 개그우먼 이수지씨의 패러디 연기를 좋아하는데, 얼마 전 역대급으로 재미있는 콘텐츠를 봤습니다. 그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자식이 좋다’라는 제목의 ‘휴먼페이크다큐멘터리’였습니다. 10분짜리 영상에선 4살 제이미의 사교육을 위해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를 누비는 엄마 이소담씨의 하루가 코믹하게 그려집니다.
‘강남 엄마 교복’이라 불리는 명품 몽클레르 패딩과 샤넬 백을 걸친 이소담씨는 제이미가 수학학원에 간 사이 외제차 포르셰에서 김밥을 먹는 동안에도, 영어 원어민 강사와 아이의 배변 훈련에 대해 전화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고급스러운 패션은 물론 영어와 한국어를 번갈아 쓰는 고상한 말투, 자녀의 소소한 성취에도 감동하는 표정을 보니 강남 사는 친구가 떠올라 웃음이 났습니다. 댓글에도 “대치동 15년차인데 고증이 대단하다” “대치동 미술강사 하는데 어머니 뵙고 온 것 같다”며 패러디의 극사실주의에 놀랐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이 영상이 학부모들 사이 입소문을 타며 보름 만에 500만회를 넘는 조회수를 올린 배경에는 ‘대치맘’을 향한 조롱과 냉소도 깔려 있습니다. “대치동 엄마들 긁힌 게 레전드”라거나 “학원강사인데 피티에스디 왔다”는 댓글에서 알 수 있듯이, 대치맘의 과한 교육열을 비꼰 이 영상을 보며 통쾌함을 느낀 학부모도, 치를 떠는 강사도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자녀의 ‘영재적인 모멘트’를 발굴하려고 애쓰고, 돈과 시간을 쏟아붓는 ‘도치맘’이 대치동에만 있는 건 아닐 겁니다. 강남과 먼 곳에 살면서 노스페이스 롱패딩 입고 버스로 출근하는 저도 8살 아이의 영재 모멘트를 혼자 느낄 때마다 희망회로를 돌리곤 합니다. 얼마 전엔 방문수학 선생님이 “○○이가 3학년 되면 영재원 준비를 해보자”고 한 말이 덕담인지도 모르고 잠시 들뜨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도치맘 인생이 제일 부럽다”는 친구 말처럼, 경제적 여유만 된다면 자녀 교육에 몰입하고 싶은 게 부모의 솔직한 마음 아닐까 싶더군요.저 역시 도치맘이란 사실을 깨달은 모멘트는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초등학생 때 학업 성취가 대학 수준을 좌우한다는 ‘초등 결정론’을 들은 뒤 머리로는 ‘학원의 공포마케팅에 속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마음은 불안했습니다.
학부모의 불안을 먹고 자란 사교육 시장은 불황을 타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계가 힘들어지고, 생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의사 같은 안정적인 직업이 필요하다”는 부모의 조바심은 강화됩니다. 최근엔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초등 의대 올케어반’도 모자라 ‘유치원생 사고력수학’ 같은 선행학원도 등장했습니다. 실제 경기는 가라앉고 학생 수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총사교육비는 2023년 27조원으로, 2020년보다 약 40% 늘었습니다. 그중 절반쯤은 초등학생 부모가 쓴 돈입니다.모두가 알고 있듯, 사교육비 부담은 출산율과 함께 사회의 활력을 끌어내립니다. 지난 5일 김태훈 경희대 교수가 발표한 ‘사교육비 지출 증가가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전년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1% 증가하면, 합계출산율이 최대 0.26%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제 초등맘으로 1년을 지냈을 뿐인데, 아이 보호자로 살아야 하는 남은 11년이 벌써 걱정입니다. 빨리 법으로 아동·청소년의 수면권·식사권·여가권을 보장하든, 과도한 선행교육을 금지하든 해서 정부가 사교육 경쟁에 브레이크를 걸어주면 좋겠지만, 부모도 변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새 학기엔 “부모는 지휘관이 아니다. 나의 역할은 보급병”이라는 글귀를 되뇌며 도치맘의 욕심을 조금은 덜어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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