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다가오는 의료 붕괴... 잠시 멈출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
벌써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보건의료위기 '심각' 단계의 중앙대책본부를 책임지고 있는 총리는 이미 사의를 표했다. 정부와 대통령실도 총선 이후 재정비와 수습에 바쁜 상황이다. 그러나, 의료 공백은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환자들의 불편은 더 커질 수밖에 없고, 대학병원의 위기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전공의 수련 과정과 의대 학사 과정이 1년 동안 단절될 위기에 처해있다. 이를 막을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렇게 무기력하게 시간이 지나가 버리면,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해결하려 해도 되돌릴 수가 없다. 지금 당장 출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2000명이 과학적,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미래 수요 예측은 넓은 오차 범위를 갖는 통계적 추론의 영역이지, 하나의 정답을 구하는 방정식이 아니다.
'9전 9패'의 근거를 찾기도 어렵지만, 이번 사태에서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를 의료계와의 싸움으로 설정한 데 있다. 정부 관료들은 의대 정원 문제를 두고 흥정하듯 굴복하지 않겠다고 한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전문가들과 협의하는 것을 흥정이나 굴복이라고 폄훼한다면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에 대해 이해당사자, 전문가, 심지어 야당과 협의하는 것은 일반적인 절차이며, 필요하다면 이미 결정된 정책도 보완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흥정이나 굴복으로 치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정부가 의대 정원 문제를 의사들과의 싸움으로 설정하는 순간, 정부와 의료계는 합리적인 논의의 기회를 잃어버렸다.정부가 의료계와 충분한 대화를 했다고 언급한 37번의 회의 내용 역시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 오히려, 28차례의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정원에 대한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보도가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 의료 상황에 다양한 문제점이 있지만, 이걸 당장 해결하기는 어렵다. 정교하게 수리해 나가지 않으면 현재의 모순이 더욱 악화될 것은 명백하다. 현재 대학병원과 의과대학이 겪고 있는 대혼란을 감수할 만큼 시급한 정책이 어디에 있는가. 정부도 이런 혼란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설마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도 감수하기로 결정했다면, 그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이다. 만약 현재의 의료 붕괴를 예상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방향을 바꾸기 위한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현재 상황은 치킨게임과 같다.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어느 쪽의 말이 맞는지 따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결국 충돌하면 둘 다 파국을 맞이할 것이다. 의료계와 의학교육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정부가 바라는 의료개혁은 더 멀어질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재정과 노력도 의료붕괴 수습에 소모될 것이다. 그렇다면, 둘 다 멈추는 게 최선이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속보]의협 새 회장에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 당선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회장으로 대정부 강경 투쟁을 주장해온 임현택 대한소아청년과의사회 회장이 당선됐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 국면에서 의협 차원의 대...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강경파’ 의협 차기 회장 “비대위 직접 이끌겠다”···의협 내분 조짐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 만남 이후 정부와 의료계 모두 연일 유연한 태도를 보여 양측 간 대화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이 강경한 입...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현장영상+] '미룰 수 없는 과제...대통령, 전공의 만나 직접 이야기 듣겠다고 하셔'[앵커]의대 정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들과 직접 만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정부의 대응 기조에 변화가 있을지...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대통령·전공의 만남 성사되나···사태 장기화에 응급실 상황 악화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만나 대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간 한발도 나가지 못했던 정부와 의료계 사이 대화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전공의 이탈 7주차...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의대 2천명 조기 배정 '대못', 자충수됐다[이충재의 인사이트] 내년도 의대 정원 배정 앞당긴 정부, 진퇴양난...의료계 반발 꺾일 거라는 예상 오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정부, 총선 끝났지만 의정갈등엔 ‘조용’…전공의들, 복지부 차관 고소정부, 의정갈등 중대본 브리핑 취소 의료계, 의협 중심으로 입장 단일화 사직 전공의들, 복지부 2차관 고소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