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행위를 순교로 포장하는 것은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조상의 신을 소귀신과 뱀귀신에다 빙자하여 제사를 폐지하는 것도 모자라 초상을 당해도 혼백을 세우지 않고 부모가 죽어도 조문을 받지 않으며 심지어 조상의 신주를 불태우기까지 합니다.” 정조 15년인 1791년 천주교 신자인 진사 윤지충 등이 부모의 신주를 불태운 ‘진산 사건’은 조선을 뒤흔들었다. 제사를 우상숭배라고 거부하는 천주교는 ‘사교’로 여겨졌다. 천주교에 관대한 정조도 참형을 명했다. 1866년 병인박해까지 70여년 동안 다섯차례나 큰 박해 사건이 발생해 최소 수천명이 순교했다.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은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종교 자유는 목숨과 바꿀 수 없다”고 주장했다. ‘종교 자유’와 ‘목숨’을 합치면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순교’가 된다. 기독교 일부가 코로나 방역을 위한 대면예배 제한을 종교 박해로 보고, 이에 저항하다 희생되는 것을 순교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난센스다.
반면 대면예배 제한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사회체제는 변할 수 있지만, 국민의 안전은 체제를 뛰어넘는 최우선 가치다.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사랑제일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가 1천명을 넘고,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가 발생한 10곳 중 9곳이 교회다. 천주교 탄압에는 정치적 이해도 작용했다. 정순왕후 등 노론은 정적인 남인을 없애기 위해 천주교를 이용했다. 하지만 코로나 방역은 정치적 사안이 아니다. 오히려 전 목사 등 극우세력이 코로나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가 상승세로 반전한 것은 이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을 반영한다. 순교는 숭고한 일이다. 예수의 제자인 베드로와 바울도 순교했다. 대면예배에 목을 매는 속사정에 대해서는 신자나 헌금 감소 우려 등 여러 분석이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 진정한 순교자에 대한 모독이고 ‘광기’일 뿐이다. 곽정수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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