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전 악쓰고 때리던 아이... 그속에 숨겨진 아픔 입양 김지영 기자
2016년, 부부가 인천에서 2시간 걸려 찾아간 보육원은 펜션처럼 생긴 가정형 시설이었다. 한 집에 10명 가까운 여자아이들이 살고 있었다. 중학생 초등학생 그리고 다섯 살과 네 살 아이들이 각각 둘씩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리고 작고 힘없는 아이가 있었다.동갑인 이경아씨와 서원택씨는 7년 연애 끝에 스물아홉살이었던 2003년 결혼했다. 두 사람을 지난 2월 10일 만나 인터뷰했다. 부부는 결혼하고 몇 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았는데, 문제가 있다는 걸 병원에서 알았다고 한다. 남편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같은 무정자증이어도 가까운 친척 하나는 7년 만에 득남했다. 그 사실이 어쩌면 막연한 위로와 희망이 됐는지 모른다. 모태신앙인 둘은 아이가 찾아와 주기를 기도하며 살았다. 몇 년이 지나도 기쁜 소식은 없었다. 포기라는 말이 마음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지우는 잘 놀다가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다. 행복이 짙어질수록 폭행도 강해졌다. 4년을 시설에 뒀다가 이제와서 저를 찾은 엄마아빠에 대한 원망 같기도 했다. 사회복지사인 사촌 언니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처음 본 그날부터 한 번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그냥 제가 다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 했어요. 나는 이미 제 엄마인데 엄마는 그러면 안되잖아요. 오히려 저는 아이가 그럴 수록 마음이 너무 아프기만 했어요. 이제 10킬로그램 조금 넘는 아이 속에 어떻게 저런 화나 아픔이 들어 있을 수 있는지 속상해서 미치겠는 거죠." 그러는 중에도 입양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례적일만큼 입양재판도 빨리 끝났다. 판사는 잔뜩 긴장해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녀에게 아이를 잘 키우라는 덕담으로 재판 결과를 암시했다. 입양이 완료됐다. 2017년 지우가 다섯 살, 그녀는 마흔 넷이었다.
지우도 동생을 원했다. 무서운 성격의 친정엄마도 지우한테는 꼼짝을 못 했는데 둘째를 입양한다는 말은 더 반겼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한 명이라도 더 해야 한다는 말을 붙이면서까지 좋아했다.지우보다 두 살 아래인 예주와의 만남도 지우가 살았던 시설에서였다. 한 해 전 장기가정체험을 갔다 돌아온 상처를 안고 있는 여자아이였다. 그 가정에서 받은 상처는 새로운 가정에서 회복시켜야 온당했다. 어느 날은 그 어린 아이가 제 가슴을 치며 울었다. 그걸 보는 부모 마음은 무너져내렸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등을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그러다 보면 엄마도 울고 아빠도 울었다. 다행인 것은 예주처럼 길게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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