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으로 꼽히는 연극 오셀로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다음달 4일까지 공연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잠정 중단됐던 ‘토월정통연극’ 시리즈의 부활을 알리는 작품이다.
군신으로 불리는 전쟁 영웅 ‘오셀로’는 중세 이베리아 반도와 북아프리카에 살던 아랍계 인종 무어인의 혈통을 가진 장군이다. 오셀로는 베니스에서 귀족의 딸이며 정숙한 성품의 미인 ‘데스데모나’와 비밀 결혼한다. 기수장 ‘이아고’는 오셀로가 전쟁터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한 자신이 아니라 피렌체 출신 책상물림 ‘카시오’를 부사령관에 임명하자 앙심을 품는다. 오셀로는 이아고의 계략에 속아 데스데모나의 불륜을 의심한 끝에 살해한다.
기자는 지난 17일 공연을 관람하며 오셀로 역의 박호산에게 가장 놀랐다. 어둠 속에서 뚜벅뚜벅 걸어나오는 첫 등장 장면부터 당당한 위엄과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박호산이 TV드라마 , 영화 등에서 보여줬던 지질하고 어수룩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일그러진 표정만으로 온몸을 쥐어짜는 고통이 전달돼 그가 연극배우로서도 18년 경력을 쌓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사실 를 이끌어가는 주역은 오셀로가 아니라 이아고이다. 무대의 막이 오르면 이아고 역의 손상규가 강렬한 욕설을 뱉으며 가장 먼저 등장한다. ‘성실한 사기꾼’인 이아고는 무대를 가로지르며 바삐 뛰어다니는 장면이 유독 많다. 이아고는 타인을 밑바닥까지 가장 잘 이해하기에 그들의 약점을 이용한 계략을 꾸밀 수 있는 인물이다. 손상규는 “가장 고귀한 인간이 평범하고 저열한 인간에게 추락당하는 이야기라고 이해하며 인물의 구조를 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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