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 번호 4121' 전영준의 때늦은 편지
투박한 필체로 눌러 쓴 늙은 범죄자의 답장이 교회로 배달됐다. 그는 교회 목사로부터 편지를 받았던 15명의 죄수 중 한 명이다. 이들은 연일 언론에 보도될 만큼 큰 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갇혀 있었다. 목사는 편지에 '양심 고백하고 사죄해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얼마 후 단 두 명이 회신을 했는데 전영준 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기독교를 믿지 않았다. 일면식도 없는 목사의 요구에 왜 답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잔뜩 겁에 질려 있는 건 분명해 보였다."월급도 직급도 올려줄게" 환갑에 찾아온 기회2014년 봄, 환갑인 전영준 은 인천항에 정박된 거대한 여객선 을 올려다봤다. 5층짜리 배의 지하 기관실이 앞으로 그의 일터가 될 예정이었다. 전영준 에게 바닥 칸은 익숙한 공간이다. 23년째 화물선과 원양어선에서을 뽑는다는 광고를 발견하고 팩스로 이력서를 보냈다. 얼마 되지 않아 선사에서 연락이 왔다.직원의 재촉에 마음이 쫓겼다.
전영준은 선사가 왜 그토록 자신에게 목을 맸는지 재판을 받으며 알게 됐다. 그가 탔던 배는 늘 뒤뚱거리며 바다 위를 떠다녔다. 선사는 건조된 지 18년 된 낡은 선박을 사들여 승객을 더 태우려 개조했다. 화물을 하나라도 더 싣기 위해 배의 균형을 잡아줄 평형수까지 덜 넣었다. 오용석은 편지에서 선장의 무책임을 탓했다."배가 넘어간다고 고함을 쳐도 보고만 있었고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도 하지 않았다"고 원망했다. 사실 그는 3년 전 비슷한 사고를 겪은 적이 있다. 선원으로 탔던 여객선에 한밤 중 큰 불이 났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선장 등이 승객을 급히 대피시켜 화를 면했다.감옥살이를 하던 조기장 전영준, 조타수 오용석이 장헌권 목사에게 보낸 편지. 장헌권 목사 제공3월 8일, 붉은 글씨의 부적이 나붙은 낡은 아파트의 철문 앞에 섰다. 부모는 장수를 누리고, 자손은 영화롭길 비는 내용이다. 문을 두드리자 여성이 나왔다. 전영준의 아내였다. 그는 실제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였다. 남편은 8년 여 전 출소했다. 동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했다면 이사 갔을 법도 했지만, 여전히 그 집에 살고 있었다.
제주 인천 장헌권 목사장헌권 오용석 구조책임 여객선 기관부 선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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