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유학생이 목발 짚고 오산서 대구까지 간 이유 이주노동자 산재 베트남 코로나 명숙 기자
5월 말이지만 햇살이 유난히 뜨겁다. 대구여서 그런가. 베트남인들이 주로 다니는 교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만나기로 해 서대구역에서 내렸다. 신세계백화점 등 화려한 매장이 있는 동대구역과 달리 서대구역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내 눈을 사로잡는 현수막들이 버스정류장 앞에 있었다.기차역을 신축하면서 사람들이 쫓겨나고 다치고 죽은 것이다. 쫓겨난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주는 한 나라 안에서도 일어난다. 국경을 넘는 이주든, 국경 안에서의 이주든 온전히 개인의 선택과 의지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먹고 살기 위해서든, 국가에서의 탄압을 피해서든, 더 자유로운 삶을 위해서든 살던 곳을 떠나는 게 이주다. 국민만을 인권의 주체로 한정하려는 국가주의가 팽배한 현실에서 국경을 넘는 이주노동자들은 더 많은 차별과 희생의 대상이 된다.
"테스트기 보니까 양성이 나왔어요. 회사에서 보건소 가라고 했어요. 합법 비자라 병원이든 보건소든 아무데나 가도 돼요. 건설현장 근처에 있는 병원에 갔다 왔어요. 미등록 사람들은 건강보험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 보건소에 가야 받을 수 있어요. 안 그러면 7만 원 정도 든다고 해요. 저는 검사 비용과 약값까지 6600원밖에 안 들었어요. 그때가 2월이라 막 추웠는데, 미등록인 동료들은 보건소 앞에서 한참 기다렸어요."'합법비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상대적으로 드러낸 표현이었다. 이주노동자들은 합법과 불법이라는 단어를 많이 듣기도 하고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법의 이름으로 강제추방 등 삶을 제한당하는 일이 많다는 뜻이자 법의 경계에서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의미다.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고 있는 고용허가제로 인해 수많은 미등록이주노동자가 생겨난다. 이주노동자는 자기 마음대로 사업장을 바꿀 수가 없다.
코로나검사도 백신접종도 차별적이었다. 초기에는 신분증이나 건강보험 가입자를 중심으로 백신을 접종 하다 보니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엄두도 못 냈다. 나중에는 임시번호를 발급해 미등록이주노동자들도 접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간간이 미등록이주노동자가 백신접종 후 강제 추방됐다는 보도가 나와 미등록이주노동자에게 더 큰 공포를 주었다. 반면 코로나 검사는 더 자주 요구했다.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가 같이 일하는 곳에서도 이주노동자만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지방자치단체가 많았다. 듀엔씨는 한국으로 온 유학생이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가 사고가 났다. 지금은 산재기간은 끝났지만 일도 공부도 할 수 없다. 대구 출입국관리소는 베트남에 다시 가서 유학 비자를 받으라고 했다. 치료를 받느라 체류기간이 2년인 유학비자가 아니라 질병으로 인한 치료를 받는 G1비자가 됐기 때문이다.
그의 나이 스물일곱, 통역 공부는 어떻게 할 계획이냐고 묻자 한참동안 말을 못했다. 유난히 큰 눈에 그저 눈물만 그렁거렸다. 그는 교회 등 주변의 도움으로 휴업급여와 병원비는 받았고 현재는 회사를 상대로 장해보상금 등 사고 책임을 묻는 소송 중이다."어떻게 사냐?"는 그의 물음에 아직 한국정부는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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