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샹란은 만주국의 대표 스타였다. 훗날 야마구치 요시코로 또 한 번의 삶을 살았다. 약소국, 약소민족의 입장을 조명하며 평화주의자를 자임했다. 📝조형근 (동네 사회학자)
늙어가는 한 인물을 좇는 카메라가 담담하다. 그리고 묻는다. 개인이 역사 속에서 감당해야 할 책임은 어떤 것인가? 영화에 삽입된 음악 중 〈비, 나는 이혼을 원해요〉이 특히 인상적이다. 만주국 제2황후이던 숙비가 황제 푸이에게 “나는 이혼을 원해요” 하고 외치며 음악이 시작된다. 황후는 밖으로 뛰쳐나와 비를 맞으며 여인이, 인간이 된다. 실제로 다른 남성을 만나 사랑하며 살았다. 당당한 여성상에 어울리는 강렬한 곡이다. 만주국 황실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푸이의 동생 푸제는 일본 귀족 사가 사네토 후작의 딸 히로를 부인으로 맞았다. 물론 강요였다. 푸이에게 아이가 없었으니 장차 만주국 황제에게는 일본의 피가 흐를 터. 황실의 경계는 당연했다. 푸이는 그녀가 일본의 간첩이라며 의심했다. 일본의 논픽션 소설 〈황제 푸이〉에서는 푸이가 의심을 푼 다음 미안한 마음에 우연을 가장해서 히로 부인이 봤던 영화 〈백란의 노래〉의 여주인공 리샹란과 만나게 한다.
일본이 패하자 ‘한간’, 즉 매국노로 체포됐다. 침략의 앞잡이 노릇을 했으니 당연했다.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데 일본인임을 증명하는 호적 서류가 도착했다. 한간의 죄는 정의상 중국인에게만 적용됐다. 일본인이 한간일 수는 없었다. 그렇게 중국에서 추방됐다. 귀환한 일본에서 야마구치 요시코로 또 한 번의 삶을 살았다. 영화에도 여러 편 출연했고, 셜리 야마구치라는 이름으로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방송인으로 활동하다가 자민당 소속으로 18년간 참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미얀마, 남아공 흑인 등 약소국, 약소민족의 입장을 조명하며 평화주의자를 자임했다. 자서전에서 누차 밝히듯 침략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사죄했다. “그녀의 삶은 반성의 말을 배반하지는 않았다.” 일본인 저술가 야마자키 도모코가 〈아시아 여성교류사 쇼와편〉에서 내리는 평가다. 하지만 나는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그녀의 이력 하나에 주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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