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을 뚫고 나와서도 한번 더 벌이는 사투, 살아남는 게 완전히 운인 세계
지난여름 어머니에게 전화가 이렇게 왔었다. 들깻모가 안 올라온다니,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어머니는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는 목소리이다. 깻모가 안 올라온다는 말에 나는 겁 먹은 채 대답했다. 내가 들깨 농사를 망치는 건가. 어머니의 전화는 타박이나 원망은 아니었고, 그저 나를 조금 놀리고 있었는데 놀림을 당한 나는 땀이 삐질삐질 났다.
들깨 심기는 7월, 양파 수확이 끝날 무렵 작게 시작되었다. 우선 깻모를 부어야 한다. 농사일의 대부분이 그렇듯 참깨도 쭈그려 앉기에서 시작했다. 깨가 얼마만 한 크기인지 잘 모르겠다면 최근 먹었던 김밥에 뿌려진 참깨를 생각하면 된다. 여기 희고 납작한 참깨, 거무스름하고 동글동글한 들깨는. 그런 크기를 심어 모종으로 키운다. 이때 '붓는다'라는 말을 쓰는데, 액체에 어울리는 단어 같으나 작은 알갱이에게도 붓는다고 표현하니 재미있다. '기다려보자'고 말은 했지만, 정말로 싹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지 싶어 내심 초조했다. 경쟁이 느슨했던 탓인지 내가 부었던 깻판은 싹이 천천히 겨우 올라왔다. 다음에 집에 갔을 때, 싹 자르기를 했다. 이 작업은 마음이 아프다. 싹이 너무 작고, 움튼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이다. 호되게도 어머니는 3개만 남기고 싹을 다 잘라야 한다고 하셨다. 그새 무수히 올라온 깻모, 처음에는 어떤 것이 튼튼한가를 보고 잘랐는데, 나중에는 다 비슷해서 고르기가 어려웠다. 여기서 살아남는 것은 완전히 운이다.
이 들깻잎이 통상 우리가 먹는 깻잎이다. 그냥 싸 먹기도 하고, 장아찌를 담가 먹기도 하는. 들깨는 그렇게 두 개의 계절을 지나 500평을 울창하게 뒤덮었으나, 비가 와서 웃자라고 바람이 불어서 엎어졌다. 비바람에 고단하게 자랐다. 그러므로 깨가 쏟아지지 않게 힘을 주고 뿌리째 뽑든지, 아니면 깻둥을 꽉 잡고 낫으로 베어야 한다. 깨가 베어지는 줄도 모르게, 즉 깨에 진동이 전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수레에 옮겨 담고 또 조심스럽게 트럭에 옮겨 실어서 하우스에 펼쳐 놓고, 마침내 참깨를 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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