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영서'를 통해, '최고'라는 기준이 엄마의 시선에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봄
내겐 고등학생 아들이 있다. 친구들도 대부분 청소년기의 자녀들을 두고 있기에 아이들의 진로 문제로 대화를 나눌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종종 아이들과 부모의 의견이 충돌하는 지점을 만난다. 아이들이 예체능의 길을 가고자 할 때다. 어릴 때부터 재능을 발견해 준비해 온 경우가 아니라면, 많은 부모가 청소년기에 '예인'의 길을 가고자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환영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대체로 이렇다. '예능 쪽은 최고가 되기 힘들잖아. 최고가 돼야만 성공했다 할 수 있을 텐데 그래서 너무 겁이 나.' 나도 부모로서 충분히 공감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선 이런 질문이 일곤 했다. '모두가 최고가 될 수는 없는데, 최고가 되지 못하면 그 꿈은 꾸면 안 되는 걸까?' 그리고 나는 마침내 그 답을 찾았다. 올해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였던 tvN 드라마 속 영서(신예은)를 통해서다. ' 엄마의 시선 '으로 나 자신을 바라볼 때 영서는 저명한 소프라노 한기주(장혜진)의 딸이다.
언니 영인(민경아)을 세계적인 성악가로 키워낸 기주는 영서 역시 최고가 되기를 바란다. 기주는 국극 배우가 되겠다며 매란 국극단에 들어가 '연구생'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영서가 영 못마땅하다. 기주는 2회 자신의 공연을 보러 와 달라는 영서에게 이렇게 말한다. '연구생 공연까지 내가 가 봐야 되니? 난 너 오페라 배우다 말고 국극으로 가버린 거 아직도 맘에 안 들어. 그치만, 이왕 그걸 하기로 했으면 그 분야에서 1등이 돼야 하는 거야.' 이에 영서는 이렇게 답한다. '알아요, 최고가 될 자신이 없었으면 시작도 안 했어요.' 드라마 초반, 영서는 이렇게 엄마의 시선 그대로 자기 자신을 바라본다. 그래서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면서도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한다. 늘 무표정하게 지내고, '최고'가 아닌 것들은 '가치 없다' 여기는 기주처럼 자신보다 실력 없어 보이는 동료들을 무시하듯 대한다. 이는 영서가 엄마의 마음을 그대로 투사 받았음을 보여주는 면면들이었다. 이렇게 삶의 시선이 '엄마'에 있을 땐 목표 역시 엄마를 향할 수밖에 없다. 영서에게 '최고'는 스스로 만족하고, 관객들에게 의미 있는 공연을 선사하는 것이 아니다. 엄마에게 인정받는 것이 '최고'의 기준이다. 그래서 영서는 실력만큼 공연을 즐기지 못하고 늘 긴장하며 스스로를 증명하지 못할까 초조해한다. 매란국극단에서의 경험 하지만 매란 국극단에서의 경험은 영서를 서서히 변화시킨다. 매란 국극단의 단원들은 규율있는 단체 생활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평등한 관계를 맺는다. 구성원들 사이에 질서는 있지만, 위계적이지 않다. 치열하게 경쟁도 하지만, 서로의 꿈을 존중한다. 영서에게도 국극단의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같은 꿈을 꾸는 동료들 사이에서 영서는 존중받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극이 진행되면서 영서가 동료들을 대하는 태도도 조금씩 부드러워지는데 이는 자신을 존중해주는 동료들에게 더 이상 방어적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타고난 재능으로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정년(김태리)의 등장은 큰 자극이 됐을 것이다. 정년은 재능과 열정뿐 아니라 한때 유명한 소리꾼이었던 엄마를 두었다는 점에서 영서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정년이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는 영서와 큰 차이가 있다. 정년은 영서가'내가 한기주 딸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압박감에 힘들어할 때 이렇게 말해준다. '엄니 그늘에 가려지는 게 무섭다고 그만둘 거 아니면 난 앞만 보고 내 길을 갈 수밖에 없어야. 그러니까 너도 앞만 보고 가. 네가 지금껏 피땀 흘려 쌓아 올린 모든 것은 오롯이 다 네 것이여.' (7회) 영서의 말에 따르면'자극시키고 성장시키면서, 마음을 알아주는(12회)' 정년과의 대화들, 그리고 다양한 국극단의 동료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영서는 조금씩 깨달아간다. 자신이 허영서가 아닌 '한기주의 딸'로 살아왔다는 것을 말이다. 이를 알아차린 영서는 자신에게 투영된 엄마의 마음을 벗겨내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주변을 대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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