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딸이 교무실 책상 옆에 놓인 분홍 봉투로, 그 안에는 엄마와의 관계 회복에 대한 편지가 담겨있어 엄마의 마음을 울린다.
내가 근무하는 교무실 책상 모니터 옆, 분홍 봉투가 몇 개월 째 오랫동안 놓여 있다. 올해 임용고시 에 합격하여 첫 발령을 받은 서른 살 딸이 임용 100일째 되는 날, 소소한 선물과 함께 보낸 편지다.딸아이가 20대 후반의 청춘을 오롯이 도서관에서 보낸 후, 5년 만에 얻은 귀한 합격이기에 충분히 그날을 기념할 만한 내용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편지이다.딸의 중고등학교 사춘기 시절, 나는 아이의 넉넉한 품이 되어 주지 못했다. 나와의 관계가 어그러져 상처투성이로 가득하던 때, 나는 한 발 물러서서 기다려 주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임용고시 를 준비하여 꿈을 향해 달릴 때도 부모인 나는 완전한 지지자가 되어 주지는 못했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딸의 편지를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롭다. 전시회는 '엄마, 단둘이 여행 갈래?'라는 제목의 이효리 사진전이었다. 자그마한 한옥 카페에서 열렸는데 사진과 그림과 영상으로 채워진, 작고 소박하지만 내용은 참 뭉클한 전시회였다.사회적으로 성공한 유명인이든, 아주 오래전 세대의 사람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우리는 모두 같은 처지의 딸이고 엄마이고 또 딸들이었다. 가수 이효리와 엄마, 엄마인 나와 나의 딸, 그리고 딸인 나와 우리 엄마처럼! 엄마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만으로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엄마의 기쁨이 되고 싶었기에, 생기 없는 엄마를 웃게 하기 위해 나는 당시 열심히 공부했고 성실하게 생활했다. 엄마가 나에게 거는 기대나 행동이 특별하게 다가왔기에,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튼튼한 징검다리가 되었다.
딸 집에서의 생활, 즉 사위와의 동거를 마치 아들 집에서의 그것처럼 차이 없이 받아들이기 힘든 건 엄마 탓이 아니고 세대의 관습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그 생각 고루하다며 그만하라며 귀를 막았었다.엄마에게 전하지 못한 진심이 말을 하는 엄마의 속내와 진심은 '예전처럼 너를 도와주고 싶은데 몸이 아파 그러지 못하니 엄마가 참 속상하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는 당시엔" 내가 귀찮을 거야. 사위는 내가 얼마나 싫겠니? 이제 내가 쓸모가 없으니 어서 나를 요양원으로 보내라. 아마 곧 그러겠지만!"이라고 말해 나를 아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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