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살기를 참 잘했노라고, 작별 후에도 웃으며 말할 수 있는 길이 틀림없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 정우열 (만화가·일러스트레이터)
덥석덥석 집어삼켜버려서, 돌아보면 개가 조금 더 건강했던 어제가 아득한 옛일처럼 느껴지곤 하는 것이었다. 반려동물의 노화와 죽음과 그에 따르는 이별에 대해 짐짓 담담한 체해오던 나는 그것들이 해상도를 높이며 바싹 근접해오자 금세 안절부절못하며 심연을 드러내고 말았다. 개를 떠나보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9년 전 이맘때 이 개의 엄마를 병으로 잃었는데, 그때는 개가 아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나서 불과 한 달 만에 모든 일이 해일처럼 들이닥치는 바람에 통 경황이 없었다. 내가 노력하거나 준비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이번엔 달랐다. 이 개는 정말이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제 삶을 살았고, 아주 천천히 조금씩 소멸에 다가갔다. 그러는 동안 개는 나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할 기회를 주었다. 개는 일어설 힘이 없어 종일 누워 지내면서도 차를 타고 나가면 차창 밖으로 바람을 느끼고 싶어 했다.
그 과정은 개의 생명을 어떻게든 더 연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가능한 한 고통 없이 지내다가 평화롭게 생을 마감하기를 기원하는 기도 같은 것이었다. 어디선가 들은 다른 집 반려동물의 경우처럼 내 품에서 잠들듯 자연사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그런 행운까지는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진통제 없이 버티지 못하는 시간이 점차 늘어갔고, 내가 결단을 내리는 게 우리의 오랜 우정에 값하는 일이라는 사실이 하루하루 더 또렷해지고 단단해져갔다.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어 금요일 저녁 조용한 시간을 잡았다. 목이 메어 말을 맺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개의 죽음을 SNS에 알리고 연재해오던 만화에도 그리자 많은 이들이 애도와 위로를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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