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공모전 수상작 ④
나는 흔히 '여초' 직업이라고 말하는 병원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어머니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20년을 일하셨고 은퇴 후에는 주간보호센터에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계신다.
이런 보이지 않는 성별분업이 개인들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어머니와 나 역시 역량과 기질에 맞춰서 하고 싶은 일을 택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성이 주로 하는 일'이 정말 중요하지 않은 일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1부에서는 저자들이 만난 여성 노동자들이 보거나 직접 겪은 산업재해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비행기 승무원, 학교급식 노동자, 요양보호사 등 '여성 노동자' 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직업군부터 형틀 목수, 조선소 밀폐 구역 감시 업무자, 자동차 부품 제조 노동자, 배달 라이더와 같이 '여성 노동'으로 연상시키지 못했거나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직업까지 다양한 노동을 하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나 역시 위험이 도사리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노동자들의 사례에 몰입하며 읽어 나갔다. 2부는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산업재해 보상 제도와 젠더 공백의 문제를 사례와 통계를 통해 보여주는데 읽기가 힘들었다. 등장하는 사례가 너무나 다양하기도 했지만, 산업재해 법 제도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가 가득했다. 산재법이야말로 노동자에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제도인데도 전문가가 도와주지 않거나 노동조합이 없으면 '노동자 개인이 혼자 힘으로 산재보험 처리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이 책 한 권으로 내 세상이 넓어졌음을 느꼈다. 나는 직원이 2000명이 넘고, 노동조합이 있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 그럼에도 아플 때 쉬기 위해서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상사에게 말하기도 힘들고 동료 직원들의 '눈치'도 보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그것을 '산재'라고 말해보지 못했다. 그냥 일하다 보면 으레겪는, 계속 일하려면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하는 그런 일이었다.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지나고 더 이상 감염자가 치명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을 무렵, 병원에는 증상이 보여도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으려는 간호사들이 많았다. '안 그래도 일할 사람 없는데 괜히 확진 판정 받으면 다른 사람이 근무 다 들어와야 한다. 괜히 일 키우지말고 약 먹고 조용히 일해라'라고 누가 벽에 써 붙여놓은 거 같았다.무엇이 우리를 자발적인 노예로 만드는 것일까? 하루에 8시간, 일주일에 40시간, 최대 52시간 이상 일하면 안 된다, 4시간 일하면 30분을 쉬게 해야 한다는 규칙들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당연한 규칙도 지켜지지 않는 곳이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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