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의 한 아파트에서 원앙가족의 필사적인 새 둥지 찾기 여정이 펼쳐졌다. 고층 아파트를 떠나 자동차, 시멘트길, 하수구, 동물 등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걸어서 강가에 이르기까지 4시간이 걸렸다.
원앙은 부부 금슬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지만 수컷은 새끼 양육에 관여하지 않는다. 번식기에는 암컷과 짝을 이루어 생활하다가 암컷이 알을 낳고 품기 시작하면 다른 암컷을 찾아 떠나버린다. 새끼 양육은 온전히 암컷의 몫이다. 다른 새들은 새끼가 부화해도 날갯짓을 할 때까지 둥지에 머물지만 원앙 새끼는 솜털이 마르자마자 둥지를 떠나 육로를 통해 물가로 향한다. 나무 구멍에서 부화한 새끼들에게 이런 과정은 그리 낯설지 않다. 하지만 뜬금맞게 아파트 18층에서 원앙 새끼가 부화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 원앙가족의 긴 여정을 곁에서 지켜준 것은 인간이었다.
이 아파트 18층에는 한 달 전쯤 환풍구를 통해 보일러실로 들어간 암컷 원앙이 알을 낳았다. 알은 10개였지만 바닥이 좁고 판판해 8개는 폐사했고, 두 마리의 새끼가 27일 부화됐다. 새끼들이 날개에 힘을 얻어 스스로 날 수 있게 기다려줬으면 좋으련만, 원앙 새끼들의 솜털이 마르기 전에 물가로 이동해야 했다. 이날 원앙가족 보호작전이 펼쳐진 이유였다. 온누리교통봉사대 손대현 대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오전 10시부터 그물막을 치고 관찰했는데 새끼 원앙이 낙하한 시간은 오후 4시가 넘어서였습니다. 어미 원앙이 오전에 한두 바퀴 밖으로 나와 배회하다 들어가더니 꿈쩍 않더군요. 그러다가 4시쯤 다시 어미새가 나와 한바퀴 돌고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드디어 환풍구에서 아기새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지켜보던 주민들은 새끼들이 어미새 부르는 소리를 잘 들으라고 침묵해 줬지요.
조금 뒤 또 한 마리의 새끼가 낙하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그물막에 안착했다. 두 마리의 원앙 새끼는 아파트 놀이터 주변에서 기력을 회복하는 등 한 시간을 헤매다 어미 원앙과 상봉했다. 3마리의 원앙가족은 드디어 새로운 둥지를 향해 출발했다. 어미 원앙이 앞서자 새끼 원앙은 종종걸음으로 뒤따랐다. 봉사대원들과 경찰은 원앙가족이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멀리 떨어져 함께 이동했다.아파트에서 목표 지점인 삼천까지는 직선거리로 1㎞. 원앙가족 여정에는 자동차와 하수구, 맨홀, 동물 등 도처에 난관이 도사렸다. 역시나 불상사가 발생했다. 아파트 울타리를 막 벗어나려는 순간 나무옆에 숨어 있던 길고양이 한 마리가 갑자기 몸을 날려 원앙 새끼 한 마리를 낚아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원앙을 뒤따르던 시민들이 깜짝 놀라 고함을 내지르자 길 고양이는 새끼 원앙을 내던져두고 도망쳤다. 원앙 새끼는 목이 물려 이미 축 늘어져 버린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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