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케는 일본 국내 시장에서만 유통되는 모델이었기 때문에, 일본 통신업계는 애플이나 삼성 등 해외 기업에 스마트폰 시장을 통째로 넘겨준 꼴이었다.
일본은 1990년대 무선인터넷에서 세계를 선도했지만, 디지털 기술의 사회적, 문화적 역할에 대한 성찰 부족으로 이를 폭넓게 수용하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는데 실패했다. 그 결과 일본 사회는 오히려 최신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이고 변화를 이끄는 데에 소극적이고 둔감하다는 평가를 받는 나라가 됐다. 일러스트 김일영일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무선인터넷이 대중화된 나라다. 1999년 1월 통신 회사 도코모가 휴대폰 전용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것이 세계 최초의 상용 무선인터넷 서비스, ‘아이모드’였다. 사실 그 해 몇 달 뒤에 한국에서도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당시 LG텔레콤에서 ‘이지웹’이라는 휴대폰 전용 인터넷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이용률은 현저히 저조했다.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시작되자마자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일본에서만 무선인터넷이 인기를 누리던 때에 일본 생활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거리에서 혹은 지하철에서 각자의 휴대폰에 몰두한 채 이메일을 쓰기도 하도, 만화를 읽거나 야구 경기의 최신 결과를 확인하기도 했다. 또 휴대폰에서 쓰고 읽는다는 모바일 전용 디지털 문학도 인기였다. 지금은 세계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그때는 사람들이 어디에서나 자그마한 휴대폰 화면에 몰두하는 모습이 참 낯설었다. 무선인터넷이 차세대 정보 환경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만큼,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활용하는 모습에 내심 놀랐던 것도 사실이다.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에 일본에서 널리 사용되었던 휴대폰을 일명 ‘가라케’라고 부른다. ‘갈라파고스 케이타이 ’를 줄인 말인데, 2000년대 초반 일본 국내에서만 애용된 기종들을 총칭한다. 통화와 무선인터넷 이용에 특화된 기능을 탑재한 고기능 휴대폰으로, 스마트폰 이전에 일본에서만 무선인터넷 이용이 활성화되었던 요인의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 세계 휴대폰 트렌드의 중심이 아이폰과 유사한 스마트폰 계열로 옮겨가면서, 일본 국내 시장에서도 가라케의 인기가 점차로 시들해졌다. 다양한 앱을 자유자재로 다운로드해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편의성이 판정승을 거둔 것이다. 사실 ‘갈라파고스 케이타이’는 훌륭한 기술력이 있었음에도 국내 시장에만 집중하다가 국제 경쟁력을 상실한 통신 기업을 비판하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세계적인 트렌드를 경시한 폐쇄적인 시장 전략이 패인이었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다만 일본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때 그 시절의 가라케가 그 어떤 휴대폰보다 편하게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정보 환경을 제공했던 것도 사실이다. 나도 지금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아기자기한 가라케를 사용하던 때가 재미있었다는 생각이 든다.일본 사회가 세계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앞서 ‘모바일 시대’를 경험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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