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엄마들은 어떻게 연극을 하게 됐을까. 연극을 만들며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다큐멘터리 영화 ‘장기자랑’은 무대 위아래를 오가며 세월호 유족들의 지난 삶을 되짚습니다.
연극 ‘장기자랑’은 제주 수학여행을 가게 된 고교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학여행지에서 하게 될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다. 흔한 청소년극은 아니다. 중년 여성들이 교복을 입고 “담임 쌤” 같은 10대들 은어를 주고받는다. 출연자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엄마들이다. 숨진 아이들로 각자 분해 무대 위에서나마 아이들의 작은 꿈을 이뤄낸다.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슬픔을 달래기 위해 커피 관련 교육을 받던 엄마들끼리 다음에 뭘 할까를 화제로 올렸다가 무심코 나온 게 연극이었다. 일단 시작했으니 엄마들은 “미안해서 못 도망가고” 참여했다가 “어느 순간 단원 노인 복지관 무대에 서” 있게 됐다. 그렇게 4ㆍ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이 만들어졌고 2015년 첫 막을 올렸다. 3년간 두 작품으로 전국에서 200회가량 공연했다. ‘장기자랑’은 노란리본이 2019년 선보인 창작극이다. 일곱 아이의 삶을 바탕으로 극화했다.
영화는 연극을 준비하는 엄마들을 통해 세월호 유족들의 일상을 돌아본다. 엄마들은 교복을 입기 위해 15㎏ 감량하거나 아이돌 춤을 배운다. 연극을 매개로 함께하며 슬픔을 견뎌내는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연극 역할 비중을 두고 신경전을 펼치다 반목하고 화해하기도 한다. 엄마들이 살아야 할 작은 동기가 생기면서 삶의 활력을 얻었다는 방증이다.슬픔은 사라지지 않았다. 순범 엄마 최지영씨는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다닌다. 참사 진실 규명에 대한 요구를 “몸으로라도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그냥 자고 싶다”는 생각에 “수면제 한 달 보름 거를 다 먹은” 엄마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엄마들은 잘 울지 않는다. 아이들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서다. 연극도 그중 하나다. 엄마들은 제주에서 막을 올리고 단원고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장기자랑’은 9년 전 4월로 돌아간다. 하지만 2014년 4월 16일 벌어졌던 참사와 달리 아이들 모두 제주에 무사히 도착한다. 정성 들여 준비한 장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연극에는 “엄마 아빠, 3일만 참아!”라는 대사가 나온다. 수학여행 다녀온 후 만나자는 말이다. 발랄하고 힘차게 발화되는 대사이나 가슴에 박힌다. 3일이 영원이 된 현실의 비극을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감독 이소현. 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기사저장 댓글 쓰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당신이 관심 있을만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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