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별이 된 딸을 그리며 남태평양에 학교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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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고계석씨는 “처음부터 생각지 않았던 돈이었고, 함부로 쓸 수 없는 돈이었다”면서 “장례를 치르던 날 바로 기부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지난 2019년 8월 고계석씨가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로 숨진 딸의 이름을 따 만든 바누아투 혜륜유치원·초등학교를 현지 방문해 재학생들과 찍은 사진. 고계석씨 제공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에 혜륜유치원과 초등학교에 이어 최근 혜륜중·고등학교가 문을 열었다. '혜륜'은 현대중공업 자동화혁신부에서 근무하는 고계석씨의 둘째 딸 이름이다. 고씨는 지난달 28일 한국일보와 만나 “바누아투 아이들이 유치원과 초등학교 졸업 후 진학할 학교가 없어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면서 “학업을 계속해서 대학까지 마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혜륜씨는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에서 열린 부산외국어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폭설로 체육관 지붕이 무너지면서 목숨을 잃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고씨는 딸의 사망 보상금으로 받은 6억 원 중 4억 원을 기부해 바누아투에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지었다. 바누아투는 기독교 국가로 1인당 국내총생산이 3,000달러 수준에 그치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나머지 2억 원은 부산외대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그는 “처음부터 생각지 않았던 돈이었고, 함부로 쓸 수 없는 돈이었다”면서 “장례를 치르던 날 바로 기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학교를 지은 이유에 대해선 “혜륜이 꿈이 선교사가 돼 평생을 봉사하며 사는 것이었다"며 “아이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학교를 지어 조금이나마 딸의 꿈을 이뤄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고씨의 선행은 또 다른 선행으로 이어졌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졸업생들이 진학할 상급학교가 없다는 소식에 그가 속한 종교단체가 나서 중·고등학교를 지어줬다. 고씨는 “통신 사정이 열악해 현지 학교에 필요한 것이 있어도 제때 파악하기가 어렵다”며 “퇴직 후엔 직접 가서 학생들을 돕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귀띔했다.학생들을 위해 큰돈을 기부했지만, 고씨가 부유한 것은 아니다.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고 아내, 아들딸과 함께 90㎡ 규모 빌라에서 산다. 500만 원을 주고 산 중고차는 최근 사고로 폐차했다. 이전에는 처남이 타던 중고차를 물려받아 몰고 다녔다. 고씨는 “혜륜이로 인해 더 어려운 사람을 살피고 도울 수 있게 됐다. 하늘나라에서 혜륜이를 만나면 꼭 안아주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고씨는 담담히 얘기했지만 혜륜씨 이름을 꺼낼 때마다 눈물을 훔쳤다.

고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갔을 때 혜륜이 얼굴이 따뜻하더라”며 “지금도 그때의 온기가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딸이 희생된 후에도 국격에 걸맞지 않은 참사가 계속 발생해 안타깝다”며 “나처럼 아픔을 겪는 가족이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울산=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제보를 기사저장 댓글 쓰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당신이 관심 있을만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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