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시골 마을에서 '방판 시스터즈'의 시작, 주인공 한정숙과 금희의 이야기
2024년 내가 가장 재밌게 본 드라마 는 다. 그동안 난 유명 드라마 피디에게 발탁돼 드라마 를 준비하기도 했고, 공모전에 당선돼 작품을 준비했으나 번번이 엎어졌다. 드라마 에 입봉도 못한 처지지만, 쓰는 입장에서 이 드라마 를 살펴보려고 한다(사사로운 감정 주의). 는 1992년 시골 마을 에서 정숙하기로 둘째가면 서러운 주인공 한정숙(김소연)이 생계를 위해 성인용품 방문판매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작은 영국 6부작 드라마 (brief encounters)다. 정숙은 금희(김성령) 집 가사도우미다. 월세를 내려고 넣어둔 돈을 한탕주의에 빠진 남편이 훔쳐 가 엉뚱한 곳에 투자하고, 설상가상 남편은 정숙의 친구와 바람까지 피우다가 현장을 적발당하자 집을 나간다. 정숙은 아들과 먹고 살기 위해 성인용품 방판을 시작하지만, 친정엄마와 동네 사람들의 거센 편견과 반발에 부딪힌다. 주인공 에게 연속 시련 3종 세트는 미니시리즈 초반의 국룰, 룰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잠깐! 정숙은 굉장히 보수적이고 성적인 농담만 해도 자릴 피하는 캐릭터인데, 왜 하필 성인용품을 팔려는 것일까? 말도 안 되는 비난과 낙서 테러까지 당하면서도 대체 무슨 신념으로? 그 일 말고 다른 일이 아예 없다면 모를까, 금희가 더 많은 시간 가사도우미로 일하길 바랐는데 그걸 거절하면서 말이다. 캐릭터를 그렇게 설정했다면 그 일을 꼭 해야만 하는 실질적인 이유(이를테면, 남편이 투자한 곳이 그곳이라 원금 회수라도 할 목적이라든지)가 명백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물론 상징적인 이유야 있을 테고, 원작대로 각색하다 보니 그랬을 줄 짐작은 가지만(나한테는 그렇게 까다롭게 잣대를 들이밀던 그 많은 피디님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약사 남편 내조만 하며 살다 보니 공허함을 느낀 금희, 단칸방에 살면서 아이가 넷인 영복(김선영 분), 미용실을 운영하며 혼자 아들을 키우는 주리(이세희 분)까지 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방판 시스터즈'가 결성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의 최애 캐릭터, 영자씨 드라마 초반, 이 사업의 최대 빌런은 부동산 사장 허영자다. 영자는 이 동네 돈 되는 건물을 다 가지고 있는 갑부로 지역 실세인 로얄 클럽 회장의 사모이기도 한데, 사사건건 이 일을 방해하고 단순 용품 판매를 매춘이라며 경찰에 신고까지 한다. 내게 이 드라마의 진짜 꿀잼은 주연 배우들이 아닌 명품 조연들에게 있었다. 경찰서장과 나 형사의 허를 찌르는 엉뚱한 티키타카, 금희 남편 원봉의 애로 코믹 연기, 아역들의 능청맞은 대사도 재밌지만 그중 최고는 단연 영자다. 영자는 만화 에 나오는 고은애 비슷한 외모에 인생 최대 즐거움은 타인의 불행이다. 대학 나오고 지적인 금희에게 열등감이 있다. 특히 금희의 불행이라면 더욱 즐겁다. 이런 못된 영자가 나의 최애 캐릭터다. 일단 난 웃긴 사람을 좋아하는데, 영자는 웃겨도 너무 웃기다. 말투, 표정, 진한 입술까지 얼굴만 봐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못된 것도 사악하기보단 속이 빤히 보여 오히려 귀엽다. 금전적으론 다 가졌지만, 남편의 빈번한 바람에도 남들 시선 의식해 (속으로 삭이며) 쇼윈도부부로 살고 있고, 하나 있는 아들도 어디 내놓기가 부끄러운 속사정이 있다. 이런 내적 결핍을 과시욕으로 채우는 그녀에게 연민이 생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연민까지 느낀다면 게임 끝이다. 헤어날 수 없다는 말이다. 난 정의롭고 단단한 사람보다 웃기면서도 뭔가 어설프고 강해 보이면서도 어딘지 짠한 캐릭터를 선호하는데, 영자가 그렇다(드라마 의 노규태처럼). 첫 방판의 날, 금희 집에서 모인 동네 사람들은 생전 보지 못한 티팬티며 야한 슬립에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한다. 놀라기는 제품을 소개하는 정숙도 마찬가지다. 정숙이 섹스 토이, 이른바 '전자 서방'이라 불리는 바이브레이터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영자씨가 묻는다.'그게 뭐여? 마이크여?' 당황한 정숙이 바이브레이터를 떨어뜨리고 정육점 여자가 떨어뜨린 걸 집어 스위치를 켜는 바람에 진동하기 시작한
주제 드라마 방판 시골 마을 주인공 금희 영자 성인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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