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지난 8월 2일 경북 포항시 북구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장 확장 작업을 하던 노동자 A씨(35)가 쓰러졌다. 오전 11시 50분쯤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
지난 8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삼성 에어컨 설치 청년노동자 폭염 산재사망사고 진상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고 양준혁씨 어머니가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위로를 받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양준혁씨는 지난 8월 13일 전남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에어컨 설치 중 폭염 노출로 사망했다. 고인은 열사병 증상으로 구토와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약 한시간 가까이 햇빛에 방치돼 목숨을 잃었다. 성동훈 기자
나흘 뒤인 8월 13일에는 충남 예산군 오가면에서 감자 분류 작업을 하던 태국 국적의 노동자 C씨가 쓰러졌다. 오후 4시쯤부터 기운이 없다며 쉬었는데, 이내 쓰러져 오후 4시 43분 동료가 119에 신고했다. 오후 5시쯤 소방대원이 도착했을 때 C씨의 체온은 40도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찾지 못했고 체온은 41.7도까지 올랐다.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지난 8월 18일 사망했다. 사망진단서에 적힌 사인은 열사병이었다. C씨가 쓰러진 날 예산의 낮 최고기온은 34도였다. 이들이 모두 일용직이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위험하고 힘든 일이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맡겨지는 ‘위험의 외주화’는 폭염과 같은 재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뜨거운 날씨에 냉방장치 없이 햇볕에 고스란히 노출돼야 하는 일은 취약한 노동자의 몫이 된다. 이들 노동자는 더 적은 돈을 받고 더 오래 일하며, 작업 전 안전보건 교육은 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난 8월 13일 전남 장성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에어컨을 설치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양준혁씨가 쓰러졌다. 유족과 노무사가 학교 측 폐쇄회로TV를 확인한 결과 양씨는 당일 오후 4시 40분쯤부터 구토를 하고 주변을 비틀거리며 배회하는 등 온열질환 증상을 보였다. 사고 당일 장성의 낮 최고기온은 34.4도였다. 온열질환은 관리자부터 현장 노동자까지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야 예방할 수 있다. 예컨대 OSHA는 신입 노동자에게 온열질환 증상 등을 교육할 것, 신입의 증상 발현 여부를 관찰하기 위해 2인1조로 작업할 것을 권고한다. 또 신입이 온열질환 증상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작업을 멈추고 응급조치를 시작하며, 증상을 보이는 신입을 절대 혼자 두지 말라고 안내한다. 양준혁씨에게는 이와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양씨는 새로운 직장에서 폭염에 대비한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서류 미비 등의 이유로 사고 당일까지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못했다. 온열질환에 대한 현장의 이해도 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양씨는 작업 중 머리를 식히는 쿨링모자를 써도 되는지 물었는데 ‘남들도 안 하는데 쓰지 마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더 심각한 것은 양씨가 분명한 증상을 보이는데도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이를 방치했다는 점이다.
D씨가 쓰러진 날, 업무는 평소보다 과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일은 무주우체국과 무주군청이 지난 6월 체결한 ‘농특산물 전자상거래 활성화’ 업무협약에 따라 농산물이 처음으로 출하된 날이었다. 평소보다 업무량이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날 D씨는 탑차를 타고 업체로 가서 오후 4시 30분쯤 복숭아 약 200상자를 차에 싣고, 다시 우체국으로 돌아와 오후 5시 30분부터 약 20분간 이를 팔레트에 내려놓았다. 당시 혼잣말처럼 “오늘 좀 힘들다”고 말했다고 한다. 오후 6시 30분에는 사무실에서 책상을 정리하면서 동료에게 “내가 더위를 먹었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정사업본부의 상급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무원노조의 김황현 교섭실장은 “인력난에도 소포 사업 확장 정책을 성심껏 수행하다가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아무도 책임 있는 사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개인의 건강관리 문제로 치부하려는 움직임도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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