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의 뉴스비틀기] 젠더 폭력이자 산업재해였던 신당역 사건... 변한 게 없다
"과연 그가 여성이 아니었다면 만나주지 않는다고 죽임을 당했을까?"2022년 9월 14일, 서울의 지하철 신당역 화장실에서 여성 역무원이 살해됐다. 스토킹 가해자인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 31세 남성 전주환에 의해서였다. 당시"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던 대통령이 '폐지'를 천명한 여성가족부의 출입기자이던 나는 사건 발생 닷새 뒤 신당역을 찾았다가 이 같은 추모 글귀들을 만났다.피해자 유족에 따르면 전주환이 여자 화장실에 설치한 불법 촬영 카메라를 피해자가 최초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이후 전주환의 협박과 스토킹이 이어졌다. 혼자 힘겹게 고독한 싸움을 벌였던 고인을, 사람들은 피해자이자 활동가로 기억하며 '행동하는 애도'를 다짐하고 있었다. ▲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를 맞은 14일 저녁 서울 신당역 10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적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의 일상은 스토킹 때문에 계속해서 안전하지 못하다. 특히나 '젠더 기반 폭력'이라는 스토킹 범죄의 특성으로, 계속해서 여성들은 피해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스토킹 가해자 성별이 남성 8131명, 여성 1868명인 것만 봐도 스토킹은 명백히 '젠더 기반 폭력'이다. 신당역 사건 피해자에게 범죄 발생 장소였던 '직장'은 여전한 위험 지대다. 설문에 따르면 여성 직장인 10명 중 1명은 직장에서 '원치 않는 구애'를 경험했다. 남성의 3배가 넘는다. 그들의 생각은 막연한 불안이기보다 현실에 가깝다. 폭증한 신고 건수에 턱없이 모자라는 구속률, 겨우 10%를 상회하는 수준인 긴급응급조치 집행률이 이를 입증한다. 구속률은 오히려 후퇴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스토킹 범죄 피의자 구속률은 3.3%로, 전년도 7%였던 것과 비교하면 반 이상 줄었다. 전주환도 영장 기각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중 선고일을 하루 앞두고 범행을 저질렀다. 사건 직후 전주환을 구속하지 않은 재판부에 대한 분노가 들끓었으나, 1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제자리이긴커녕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솜방망이 처벌도 여전하다. 스토킹 단일 범죄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는 비율은 5.5%에 그친다. 대부분 집행유예, 공소기각, 벌금형에 그쳤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스토킹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양형기준이 없어 재판부에 따라 형량이 들쭉날쭉하고 집행유예 등 가벼운 처벌에 그친다는 비판을 이제야 사법부가 받아들인 셈이다. ▲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 모니터링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지난 11일에 있었던 신당역 사건 1주기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이다. 직장 내 스토킹 피해자들은 괴롭힘을 당하고도 참거나 모르는 척하거나 회사를 그만두는 등 피해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과적으로는 회사의 대응 체계와 피해자 보호에 대한 불신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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