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 동학농민혁명에서 농민들은 지역 명칭이나 다양한 구호를 넣은 깃발을 들었다. 두레와 마을 등 농촌 공동체를 나타내는 농기에 익숙했던 농민들이 깃발을 저항의 상징으로 삼은 것이다. 1919년 3·1 운동에선 태극기가 가장 중요한 민족해방운동의 상징이었다. 국기
1894년 동학농민혁명에서 농민들은 지역 명칭이나 다양한 구호를 넣은 깃발을 들었다. 두레와 마을 등 농촌 공동체를 나타내는 농기에 익숙했던 농민들이 깃발을 저항의 상징으로 삼은 것이다. 1919년 3·1 운동에선 태극기가 가장 중요한 민족해방운동의 상징이었다. 국기 자체가 ‘독립’이라는 정치적 요구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시위 행렬의 선두에는 천으로 만든 대형 태극기를 앞세우고, 군중에게는 손으로 흔들 작은 태극기를 나눠줬다.
1920년대부터 국내에도 붉은 깃발이 등장했다. 사회주의와 노동운동의 상징인 붉은 깃발은 전투 중에 착용한 붉은 머리띠나 수건에서 유래됐다. 전통적으로 바이킹이나 선원들이 끝까지 물러서지 않는다는 투쟁 의지를 보일 때 사용했다고 한다. 백기와 정반대로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다는 뜻이다. 1791년 루이 16세 폐위 요구 집회에서 희생된 이들에 대한 추모를 계기로, 희생과 헌신의 의미가 더해졌다. 해방 이후 태극기와 인공기가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정치 테러 확산으로 한동안 깃발 자체가 금기시되는 엄혹한 시절이 도래했다. 정치적 저항을 일체 용인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1960년 4·19 혁명과 1970년대 시위에서도 이어졌다. 대신 시위 현장엔 구호를 적은 펼침막이 선두에 있었다. 노동자와 학생들은 1987년 민주화 항쟁을 거치고 나서야 깃발 아래 모일 수 있었다. 집회장의 깃발은 강력한 소속감과 확고한 신념, 명징한 주체의식을 드러내는 저항의 상징이었다.12·3 내란사태 이후 연일 이어진 촛불집회에는 참가자들의 재기발랄한 깃발이 화제를 모았다. 기존 집회에서 단골로 보여진 학생회나 시민단체, 노조의 깃발 외에 ‘스타워즈 저항군 서울지부’ ‘전국설명충연합회’ ‘전국치즈냥연구회’ ‘강아지 발냄새 연구회’ ‘부모님 몰래 서울 온 티케이 장녀 연합’ 등 새로운 유형의 깃발이 펄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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