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누드모델입니다, 엄마에게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누드모델 사진 미술 미술모델 인체모델 정규리 기자
나는 10년차 누드모델이고 레즈비언이다. 성정체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만, 부모님에게 내 직업을 털어놓는 것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엄마는 '여자를 좋아한다'는 내 비장한 고백에는 별 감흥이 없어 보였는데, 몇 년 전 연말정산으로 드러난 내 주된 수입원을 보고 어디서 배워 온 것 같은 반응을 했다.누드모델이라는 직업은 이제 많이 알려졌지만,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누드모델의 영역은 생각보다 넓다. 미술이나 사진 작업 외에 의료 목적으로 필요한 MRI 촬영, 3D 모델링, 영화의 단역, 공연의 엑스트라 일도 있다.
여기에 누드모델의 난관이 시작된다. 모델이 그림을 망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화가와 눈을 맞추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을 응시하는 사람과 눈을 맞추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모델은 그 '본능'을 거슬러 의도적으로 시선을 피한다.'태연함'이라는 복장 타인 앞에서 옷을 벗는 것의 무게가 가벼워지면서, 옷을 벗고 돈을 버는 일의 가치가 떨어졌다. 당연히 누드모델의 시급은 10년째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물론 직업인으로서 좋은 변화도 있다. 누드모델에 대한 터부가 옅어진 것이다. 누드모델이 겪는 부당한 대우와 편견에 당당히 맞서기 위해 협회를 조직한 선생님은, 화실에서 명함을 나누어 주면 '이런 걸 집에 들고 가면 술집 여자한테 명함을 받은 걸로 아내가 오해한다'며 눈 앞에서 명함이 찢겨 버려지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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