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 극찬한 천재는 왜 변절의 상징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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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숙주(申叔舟, 1417-1475)는 조선 초기의 정치가이자 학자로, 세종에서 성종까지 무려 여섯 명의 임금을 보좌했던 당대의 명신이었다. 능력과 업적에 있어서는 조선 역사상 가장 뛰어난 명재상 중 한 명으로 꼽아도 부족함이 없다. 동시에 신숙주는 유교적 정통성과 질서를 강조하던 조선에서 쿠데타에 동조해 자신이 모시...

신숙주는 조선 초기의 정치가이자 학자로, 세종에서 성종까지 무려 여섯 명의 임금을 보좌했던 당대의 명신이었다. 능력과 업적에 있어서는 조선 역사상 가장 뛰어난 명재상 중 한 명으로 꼽아도 부족함이 없다. 동시에 신숙주는 유교적 정통성과 질서를 강조하던 조선에서 쿠데타에 동조해 자신이 모시던 군주를 배신한 희대의 '변절자'라는 평가도 따라다닌다.신숙주는 1417년 전라남도 나주에서 태어났다. 7세 때 아버지 신장을 따라 한성에 올라왔고, 23세가 되던 1439년 과거에 급제하여 궁중제사에 쓸 곡식을 관리하는 관청인 전농시에서 종7품 직장으로 관직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신숙주는 진사시, 생원시, 문과 등 국가시험을 연이어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할 만큼 촉망받는 수재였다.집현전은 세종 시대에 나라를 이끌 젊은 인재들을 모아놓은 현대판 싱크탱크였다.

반면 신숙주는 세조가 즉위하자 일등 공신으로 책봉된다. 이 무렵의 신숙주는 세조의 최측근이자 계유정난의 주역이던 한명회와 사돈까지 맺는가 하면, 훗날 자신의 딸을 후궁으로 들이면서 세조와 완벽한 운명공동체로 전향한다. 그해 10월에는 명나라에 세조의 즉위를 알리고 책봉을 요청하는 특사로 파견된다. 세조가 왕으로 인정받기 위하여 가장 막중한 임무를 신숙주에게 맡길 만큼 남달리 신임했다는 걸 보여준다.신숙주가 무사히 책봉을 받고 명나라에서 귀환하자 세조는 버선발로 나와 맞으며 환대했다. 세조는 신숙주에게 술을 따라주며 "옛날 먼 길을 함께하며 꿈꿨던 중대한 일을 이제야 이뤘으니, 기쁨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라며 즐거워했다고 한다.한편 성삼문은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며 역쿠데타로 세조를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성삼문은 절친한 친구였던 신숙주마저 살생부 명단에 올릴 것을 제안할 만큼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바로 노산군으로 강등된 단종을 제거할 것을 신숙주가 요청한 것이다. 폐위되었다고는 하지만 정통성과 질서를 강조하던 유교 국가 조선에서, 한때 자신이 모시던 옛 임금을 신하가 죽이라고 요청한다는 것은, 유학자들의 일반적인 정서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당시 세조 정권은 사육신 사건 이후에도 종친인 금성대군이 또 다른 역쿠데타를 모의하다가 적발되는 등,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단종은 폐위된 이후에도 여전히 존재 자체만으로 반대파들의 구심점이 되었기에, 세조 정권에는 가장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는 골칫거리였다. 이미 세조와 완전히 운명공동체가 된 신숙주에게, 단종은 더 이상 자신의 옛 군주가 아니라 그저 제거해야 할 핵심 정적에 불과했다.그로부터 약 한 달 후인 1457년 10월 21일, 단종은 유배지인 강원도 영월에서 끝내 세상을 떠난다. 신숙주가 원했던 결말대로였다.

우리에게 친숙한 '숙주나물'의 본래 이름은 녹두나물이다. 마치 상하기 쉬운 녹두나물처럼 사람의 절개도 쉽게 변한다고 비꼬는 의미에서 신숙주의 이름이 숙주나물의 어원이 되었다는 학설도 유명하다. 한편으로는 단종 복위를 시도하다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며 영원한 '충절의 대명사'로 남게 된 친구 성삼문의 행적과 대조되어, 지금도 신숙주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신숙주는 과연 옛 주인과 동료들을 배신한 비겁한 기회주의자일까. 아니면 그저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흐름과 실리에 맞춰서 움직였던 냉철한 현실주의자였을까. 해석은 각자의 몫이다. 신숙주의 행적이 주는 복잡한 양면성은 지금도 우리에게 정치와 인간의 속성을 연구하는데 좋은 교훈이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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