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겪은 20대 교사의 죽음 서이초 공교육 교권 초등학교 추모 임은희 기자
아이가 아는 척을 해서인지 본의 아니게 대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대강 이런. "가베를 활용해 볼까? 생활 속 수학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학교는 방학에도 쉬지 않는다. 짧으면 3주, 길어야 4주인 여름방학 동안 교사들은 많은 일을 한다. 가정 돌봄이 어려운 학생들 지도, 학력격차 프로그램을 포함한 다양한 학교 프로그램 진행 및 보조, 경계성 장애학생 지도를 위한 특수교사와의 일정 조율, 교수법을 위한 각종 연수 또는 스터디 모임, 갈등 조정, 다음학기 수업 준비, 일반 행정 업무, 민원 처리 등으로 바쁘다. 이것이 학부모 8년 차인 내가 만난 교사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쌤들을 위한 사람은 학교에 없거든. 있을 수 있는 일인 것 같아." 교사의 방학을 언급하며 비난하기 전에 2021년 기준, 세계 4위의 노동시간을 가졌음에도 법정근로시간을 늘리기 위해 애쓰는 정부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쉴 수 없는 근로 환경에서 버텨내는 사람만 살아남는 사회가 아닌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열악한 업무 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죽은 교사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살아갈 힘을 모두 끌어다 생을 마감하는 데 썼을까. 텅 빈 교실에 홀로 앉아 업무를 감당해야 했을 그의 고독한 근무 환경을, 그럼에도 힘듦을 꾹꾹 눌러 담고 학기말까지 버티며 학생들을 가르쳤을 소명감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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