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모는 자녀의 생활기록부에 학폭 가해자라는 기록이 남아 입시에 영향을 줄까 봐 자신이 가진 사회적 자원을 총동원한다. 이런 시대, 사적 복수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임지영 기자의 프리스타일
제14기 〈시사IN〉 독자위원회 마지막 모임에서 가장 오래 나눈 대화 주제는 ‘학폭’이었다. 야구선수 추신수가 학교폭력에 연루된 안우진 선수를 두둔한 내용을 담은 기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였다. 기사 자체보다 평소 학교폭력에 대한 각자의 생각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바람에 지면에 담지는 못했지만 잇단 학폭 관련 뉴스를 보며 대화를 곱씹게 되었다. 한 독자가 다양한 폭력 중에서도 사람들이 유독 학교폭력에 민감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하자 교사로 근무했던 또 다른 독자가 말했다. 감정이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진정한 사과를 받고 싶은데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일단 둘은 분리되고 학교와 교육청이 중간에서 일 처리를 하는 구조다. 교통사고에 비유하면 학교가 보험회사가 된다는 설명이었다. 물론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사례처럼 일 처리 결과를 기술적으로 피해 갈 경우, 사과는커녕 반성 없는 가해자를 계속해서 학교에서 마주쳐야 하는 고통이 남는다.
이때의 분노는 가해자를 향하지만 어느 정도는 그걸 가능하게 한 공적인 시스템을 향하기도 한다. 학폭 피해자의 복수를 다룬 드라마 〈더 글로리〉의 시작은 김은숙 작가의 10대 딸이 던진 질문이었다. “내가 죽도록 맞고 오는 게 낫겠냐, 죽도록 때리고 오는 게 낫겠냐.” 어려운 물음이라 생각했는데 시즌 2를 앞둔 간담회에서 작가는 다시 말했다. “〈더 글로리〉를 쓰면서 제 안의 답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죽도록 맞고 오면 해결 방법이 있겠더라. 저한테는 가해자들을 지옥 끝까지 끌고 갈 돈이 있다. 그래서 차라리 맞고 왔으면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 드라마 속 동은은 그런 가정환경에 놓이지 못했고 작가는 세상의 동은이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했다. 어떤 부모는 자녀의 생활기록부에 학폭 가해자라는 기록이 남아 입시에 영향을 줄까 봐 자신이 가진 사회적 자원을 총동원한다. 시스템 안에서 기술적 해결책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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