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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놓여도 섬은 섬이더라... 비바람 치는 어느날, 남해 섬 짤막 여행기

디지털 사진이 이메일이라면 필름 사진은 손편지 정도로 여기며 천천히 세상을 담습니다. 여정 후 느린 사진 작업은 또 한 번의 여행이 됩니다. 수평 조절 등 최소한의 보정만으로 여행 당시의 공기와 필름의 질감을 소박하게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사진 하단에 사진기와 필름의 종류를 적었습니다.'섬'이라는 단어는 어딘지 모르게 낭만적이다. 쓸쓸함과 고즈넉함이 공존하는 외딴 땅덩어리를 생각하면 스스로 고독함을 선택한 예술가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육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지형과 향토문화가 생겨나는 과정은 마치 섬이 만들어내는 예술품과도 같다.

제주에서는 뱃사람이 바다로 떠나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잦았다. 슬프고 두려운 상황을 돌려 표현하여, 이어도에 사는 여자들이 어부를 잘 대해주어 돌아오지 않는다는 설화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어원은 전혀 다르지만, 거친 바다에서 운명을 다 한 가족을 향해 남은 이들의 마음이 이어져있는 곳이 곧 이어도가 아닐까 하는 실없는 생각이 들었다.전북에서 경남 남해를 가려면 섬진강을 따라 내려간다. 하동의 끝자락에서 노량대교나 남해대교를 건너면 남해군으로 들어간다. 행정구역 모든 곳이 다 섬이다. 남해도, 창선도를 비롯하여 유인도 3개와 무인도 70개로 구성되어 있다. 큰 섬 두 개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기에 육지에서도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위성지도를 통해 미리 보아둔 곳에 다행히 사람이 없었다. 재나 기름이 바닥에 떨어지면 오염이 될 수 있으니 미리 깔 거리를 준비했다. 식사가 끝나면 종량제 봉투에 넣어 집으로 가져오면 된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집게와 가위를 놓고 와서 차로 15분 거리의 편의점을 다녀오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재미나고 맛있는 식사를 무사히 마쳤다. 세 평 남짓의 공간을 알뜰히도 구성했다. 서고가 있었고, 편집샵과 카페까지 구역이 나누어져 있었다. 다섯 명 정도가 들어오면 가득 찰 것 같은, 각 공간에 잘 틀어박히면 일곱 명까지는 겨우 들어가 앉을 것 같은 동화 같은 서점이었다. 문득 내가 있는 학교 학생들을 데리고 나중에 직업체험을 오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이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오후가 되자 바람도 매서워졌다. 언제 화사했냐는 듯 진한 녹색의 이파리를 단 벚나무들이 미친 사람처럼 춤을 추었다. 진한 구름 탓에 감도 100짜리 필름은 셔터속도를 한없이 느리게 만들었다. 조리개를 F2까지 열어도 60분의 1초밖에 안 나올 정도였다.

저녁 시간이 되어 안내서에 나와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미조항에 있는 여러 식당 중 하나였다. 그곳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진풍경을 만났다. '다리가 놓여도 섬은 역시 섬이구나'라는 생각이 물씬 들게 하는 광경이었다. 음식 맛도 좋아서 다음날 아침식사도 그곳에서 해결했다. 갈치조림이 일품이었다. 특별할 것은 없지만 손이 멈추지 않을 정도로 입에 착 감기는 맛이 있었다. 조미료 맛도 느껴지지 않아 뒷맛이 깔끔했다. 다음날 아침밥 또한 동네 토박이로 보이는 분들이 옹기종기 작은 의자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계셨다. 비바람이 세서 조업을 나가지 못했다고 했다. 역시 탁자에는 메뉴판에 없는 요리가 올라와 있었다.마지막 날 남해는 언제 으르렁댔냐는 듯 화창했다. 멀리 두미도 꼭대기인 천황산에 두텁게 걸린 구름이 전날의 한바탕 난리를 머금고 있을 뿐이었다. 작년 이맘때 갔던 두미도에는 맑은 담수가 풍부해 곳곳에 힘찬 계곡이 흐르고 있었다. 멀리서 보니 왜 물이 많은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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