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의 치악산 일기] 제 179화 이상태의 을 읽고
며칠 전 우체통에 두툼한 우편물이 꽂혀 있었다. 보낸 이의 주소 성명을 확인하자 아주 오랜 옛 친구였다. 우편물 봉투를 뜯자 이상태 수필집 이란 책이 나왔다. 그와 나는 그야말로 '죽마고우'로 경북 구미초등학교 동기동창이다.우리는 해방둥이 동갑으로 1952년에 구미초등학교에 입학하여 1958년에 같이 졸업했다. 더욱이 우리 동기들은 그해 학령아동이 적었기에 남녀 각 한 학급으로 6년 내내 같은 반으로 지냈다.
나의 집은 당시 구미면 원평동 장터마을이었고, 그는 거기서 2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금오산 맞은 편인 선기동이었다. 그런데 그 선기동마을에 우리 집 논밭이 있었기에 무시로 그 동네를 지나다녔다. 그랬기에 우리는 더욱 친밀했다. 더욱이 6.25전쟁 당시 초기 우리 식구들은 피란지로 그 마을 앞 냇가에서 피란했다. 그때 우리 조무래기들은 군것질할 게 없어 선기동 이웃 덕뱅이 마을에서 풋감을 배불리 주워 먹었다. 그런저런 일로 그 시절에 얽힌 추억이 많다.책장을 펼치자 모두 6장, 각장 6편으로 36편의 에세이들이다. 그는 소년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때그때 단상들을 반추하여 차근차근 옛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나는 그 시대를 관통하면서 살았기에 그의 얘기가 마치 내 얘기로 들렸다."… 어쩌다 골목에서 '아이수게끼!' 하는 어머니의 어설프고 애잔한 외침을 들을 때가 있었다.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내 속이 다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동네에서 아이스케이크를 가장 잘 먹어주는 곳은 양색시 집이라고 했다. 골목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야하게 차려입은 여자들이 마당에서 깔깔거리고, 가끔 미군들이 들락거리는 집이 하나 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양색시 집이라고 불렀다. 어머니는 미군이 와 있기라도 하는 날 그 집에 가면 통을 말끔히 비울 수 있다며 좋아했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어머니가 창피해서 공부고 뭐고 다 그만둬 버리고 어디 먼 곳으로 달아나고 싶었다. …""새로 이사한 3층 아파트 창밖에 감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감나무 키가 내 아파트 높이만큼으로 마치 나를 위로 하듯이 날마다 내 방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는 감나무가 유달리 정겹다. 어렸을 때 감나무와 친하게 지냈기 때문일 것이다.
뜻밖에 만난 감나무 덕분에 서먹했던 새 아파트 생활은 견딜 만했다. 어느 덧 여름이 가고 창밖의 감들도 조금씩 붉은 색을 띠며 익어가고 있었다. 머지않아 감나무는 붉게 익은 감알로 누드쇼를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 정경에 흘려 탄성을 지를 것이다.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현대인옛 사람들은 집집마다 감나무나 가죽나무, 대추나무, 그리고 소, 개, 닭 등을 집안에 심어두거나 기르면서 그들과 더불어 함께 살았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그들과 한 식구처럼 지냈다. 서리 내리는 늦가을 감을 딸 때 감나무 맨 꼭대기 가지의 감은 '까치밥'이라 하여, 알부러 까치를 위해 한두 개씩 남겨두었다.그러면 산야에서 굶주린 까치들이 집안으로 찾아와 그 '까치밥' 감을 맛있게 쪼아 먹은 뒤 날마다 집 언저리로 찾아와 감사의 아침 인사를 했다. 그뿐 아니라 멀리 시집간 딸이나 군에서 제대하고 돌아온 막내아들의 귀향 소식을 가장 먼저 그 까치가 귀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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