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한 아파트 단지에서 전세 임대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이 금융회사들과 업무위탁 계약을 맺고 그들의 대출모집인이 되었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접근해 좋은 조건으로 대출받게 해주겠다고 속여 도장, 신분증, 통장 등을 받아냈다. 📝임자운 (변호사)
‘대출모집인 제도’라는 게 있다. 금융회사들이 대출상품 홍보, 상담, 신청서류 접수 따위를 제3자인 대출모집인에게 맡길 수 있는 제도다. 금융회사들은 영업망이 크게 확장되는 이익을 얻지만, 소비자들은 과잉 대출, 불건전 대출 위험에 노출되고 개인정보 유용에 따른 범죄 피해를 보기도 했다. 그래서 금융위원회는 2010년 ‘대출모집인 모범규준’을 만들었다. 금융회사가 모집인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도록 했고, 모집인을 통한 대출 약정 시 본인 확인 절차를 엄격하게 하도록 했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금융회사들은 ‘모범규준’을 따르지 않았고 금융 당국도 이를 방치했다. 결국 사고가 터졌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전세 임대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이 먼저 복수의 금융회사들과 업무위탁 계약을 맺고 그들의 대출모집인이 되었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접근해 좋은 조건으로 대출받게 해주겠다고 속여 도장, 신분증, 통장 등을 받아냈다.
물론 처음에는 그들과 모집인 일당의 공모 관계를 의심할 수 있다. 수사를 통해 그러한 공모 관계는 없었고 그들도 명의를 도용당했을 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소송은 중단되지 않았다. 피해자들에게 수억 원대 대출금 반환 소송을 건 금융회사 대출모집인에게 명의를 도용당한 사람 수십 명이 구경조차 해보지 못한 수억 원대 대출금 반환 소송을 당하게 됐다. 다행히 일부는 변호사를 선임해 책임을 덜 수 있었다. 20여 건의 사건에서 법원은 “대출 사기 범행은 원고가 기본적인 본인 확인 의무를 소홀히 했을 뿐 아니라, 대출 모집 업무 위탁 시 준수해야 할 금융기관으로서의 주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대출모집인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측면이 크다”라며, 피고에게 대출금의 15%만 갚으라고 했다.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도 되지 못하는 사람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사람들은 앉은 채로 수억 원 빚을 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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