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의 요건을 알아두면, 필요한 때 적법하게 쓸 수 있다.
요즘 변호사 사무실에 상담을 오는 의뢰인의 태반은 이렇게 녹음파일을 스윽 내밉니다. 누구나, 언제든 녹음할 수 있는 시대. 녹음파일이 없으면 나만 불리한 시대가 된 것 같죠.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통비법 3조 1항 위반, 불법인 녹음이 되는 겁니다. 그럼 어디까지가 공개된 대화고 어디부터가 공개되지 않은 대화일까요? 여러 사람이 같이 대화하던 중에 우연히 짧게 두 사람만 대화하는 시간이 녹음됐다면, 이건 불법일까요? 비명소리, 울음소리는 ‘대화’로 봐야 할까요? 이번 〈당신의 법정〉에서는 혹여 녹음이 필요한 상황이 생겼을 때, 이게 불법인지, 합법인지 대략 따져볼 수 있는 기준을 알려드릴게요. 그런데 또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에서 또 전화가 왔습니다. A원장님이 고소해, 지영씨가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요. ‘공개되지 않은 타인의 대화’를 녹음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는 거였죠. 지영씨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가청거리 내에서 우연히 들을 수는 있지만, 기계적 장치를 이용해 고의로 녹음하는 것까지 용인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설명입니다. 더군다나 세 사람이 하던 동전게임이 범죄행위도 아니었고, 따라서 수찬씨의 녹음 행위를 ‘사회 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수찬씨는 징역 6월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유예받았고, 이 내용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이 판결은 가청거리 내 대화의 ‘비공개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판례입니다. 남동씨가 녹음한 녹음파일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됐는데, P씨가 해당 파일을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고 따지고 들었습니다. 관리회사가 접근하지 못한 ‘비공개 타인 간의 대화’인데 녹음 자체가 통비법 위반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골프대회가 열리는 골프장의 경비초소로 찾아간 태권씨와 직원은 초소 안으로 들어가 Z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경비초소는 가로 3m, 세로 2.7m의 아담한 공간이었고, 당시 그들이 들어갔을 땐 다른 사람은 없었습니다. 2014년에는 택시운전을 하면서 손님들에게 말을 걸어, 그 대화 내용을 인터넷 방송으로 송출한 택시기사의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간 적이 있었습니다. 1심과 2심은 유죄였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됐습니다. 택시 기사의 발언 분량이 극히 적고, 택시 손님들이 거의 다 말을 하긴 하지만 기사도 대화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요. ‘타인 간의 대화’를 청취‧녹음한 게 아니라, 택시기사도 대화의 당사자로 참여한 ‘3인 간의 대화’라는 거죠.
⭕ 녹음 주체는 친구, 합법이다 : 2009년 한 다단계 사건의 피고인들이 단체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이 중 주동자인 K는 경찰 출석 요구를 받은 조직원에게 모범 답변을 교육한 뒤, ‘수사 과정을 녹음해 오라’고 시킵니다. 조직원들은 경찰서 형사과 사무실에 들어가 조사를 받으면서, 숨겨간 녹음기로 당시 상황을 그대로 녹음해 갔죠. ✍ 한 가지 더. CCTV는 기본적으로 음성 녹음 기능을 쓰지 못하게 돼있는데요, CCTV의 녹음 기능을 사용한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물론이고 ‘몰래 녹음’한 행위에 대해 통비법에도 걸립니다.→ 유죄. 선고유예 *2023 서울 북부지법통비법 위반 사건에서는 녹음의 동기가 양형에 많이 참작됩니다. 대전지법 사건에서는, 진득씨가 들은 대화 내용이 사생활에 관한 게 아니라 학원 업무였던 점이 유리한 정상으로 작용했습니다.
이 중 합법적으로 녹음돼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있는 녹음은 어떤 거였을까요? 우선 ①은 아른씨가 직접 녹음한 것이고 ③은 사람의 소리가 아니기 때문에 통비법에 저촉되지 않아 증거로 쓰일 수 있겠죠. 그럼 ②는 어떨까요? 법원은 아기의 울음소리도 일단 ‘대화’는 아니라 증거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봤습니다. ⑤는 1, 2심 공히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봤습니다. P씨의 개인적인 대화를 제3자인 아른씨가 녹음한 거니까요. 녹음이 만능은 아냐… 형사소송 못 쓰고, 민사 손배소 걸릴 수도 👿 녹음이 가장 흔히 등장하는 사건은, 역시 불륜 증거를 잡기 위해 집이나 차에 녹음기를 설치한 경우입니다. 이런 식으로 몰래 녹음기를 두고 녹음한 ‘외도 입증’ 통화 내용은 명백한 통비법 위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륜 상대방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하거나, 이혼 소송에서 상대방의 귀책을 입증하는 데 쓰려고 일단 녹음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다만 민사소송에서도 녹음이 불법이면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녹음이 모든 걸 해결해 주진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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